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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Dec 09. 2019

담배공장? 아니, 극장!

Tobacco Factory Theatres

출처 : www.tobaccofactorytheatres.com

영국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Bristol, Southville 지역에는 차곡차곡 예쁘게 쌓인 빨간벽돌 공장이 있다. 바로 Tabacco Factory Theatre.


Tabacco Factory라는 이 극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담배 공장 건물이었다.

1912년, Imperial Tabacco에서 담배산업을 위한 공장으로 이용되던 이 공간은 약 60년간 담배공장으로 이용되다가 1970년대 이후 산업이 점점 내리막길을 걸으며 하나둘씩 공장이 옮겨지기 시작하자, 1993년 지역 건축가였던 George Ferguson이 남은 공장 중 한곳을 사 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워 변화시킨 공간이다. 최근 폐공장, 폐교 등 유휴공간을 예술창작 공간으로 탈바꿈 하는 공간재생프로그램의 사례가 많은데 Tabacco Factory Theatre는 그 조상급 사례가 아닐까.


많은 유휴 공간들이 소위 '힙'한 공간으로 바뀌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처럼, Tabacco Factory Theatre의 건물도 그러하다. 붉은색 벽돌이 차곡차곡 쌓인 건물은 Simple is the best 라는 말과 아주 잘 어울린다. 벽돌 사이사이에는 특별한 장식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창문만 나 있고, 코너에는 극장의 Cafe/Bar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극장 입구에서 위로 시선을 올려보면 극장명이 적힌 빨간 깃발이 휘날린다. 웅장한 붉은 벽돌 건물에 빨간 깃발이라니, 글로만 읽어서는 위압감이 드는 건물이 아닐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공장이었던 공간 답지 않게, 그런 느낌은 없다. 클래식 하지만 귀여운 느낌이랄까.

출처 : www.tobaccofactorytheatres.com

극장 내부로 들어가보자. 공장을 극장으로 바꾼 공간이라 무척 큰 극장이 아닐까 예상되겠지만, 극장은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다.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극장이나 완전 가변형 블랙박스 형태가 아니라 객석을 동그랗게 원형으로 두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극장 내부에는 천장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이 중간중간 있는데, 무대 위도 예외는 아니다. 객석을 동그란 모양으로 둔 이유는 아마 기둥때문이라 생각되었다. 극장 기둥과 동그란 객석은 다양한 극을 연출하는데 있어 제한이 되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객석과 기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독특한 연출이 탄생할 가능성이 될 수도 있으리라.

출처 : www.tobaccofactorytheatres.com

하드웨어를 살펴보았으니 소프트웨어를 살펴볼 시간이다. 여느 유휴공간이 창작공간으로 탈바꿈 한 사례들처럼 이 Tabacco Factory Theatre 또한 궁극적으로 지역민들과 예술가, 아티스틀 간의 소통을 매개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제작극장으로 운영되어 자체적으로 극장 프로그래밍을 진행하고 대관사업도 진행중이다. 극장의 주요 콘텐츠는 연극을 기본으로 하되(고전부터 셰익스피어, 현대극까지), 오페라나 발레공연도 상연하고 있고, 지역의 작은 극장인 만큼, Families, Young Audeience를 위한 공연들도 활발하게 진행중이었다. 


Tabacco Factory Theatre는 관객들이 ‘보는’ 공연 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운영중이다. Get Involved라는 이름 아래 창의적인 활동들을 두루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7세부터 83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연간 약 2200명 이상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있다. 

출처 : www.tobaccofactorytheatres.com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 역할을 지향하는 만큼, 전문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통해 입주 예술가들이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Prototype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공연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관객들 앞에서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Masterclass는 전문 아티스트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브리스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문 배우, 감독, 음악가 등의 아티스트들이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워크숍을 운영중이다. 또한 아티스트들은 Artist membership에 가입하면, 극장 내 공연의 할인율을 제공받고, 다른 아티스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출처 : www.tobaccofactorytheatres.com


나는 2011년, 이 극장에서 안톤 체홉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벚꽃동산>을 관람했었다. 마티네로 관람했던 탓에, 주변 관객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분들이었고, 나 홀로 20대 젊은 동양인 관객이었다. 나 혼자 젊은 관객인 것이 민망하고 이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극을 관람하면서도 힐끗힐끗 관객들을 열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원형 극장의 장점!) 

이 날을 기점으로, 학교에 다시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해 봐야지 라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생각치도 못한 작은 공간에서, 나는 너무 큰 힘을 얻었다.


Tabacco Factory Theatre는 지역의 작은 극장이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공연들은 결코 작지 않다. 지역민들에게도 자랑스럽고 든든한 예술의 장일 것이다. 큰 대도시의 대표적인 극장들의 웅장함도 좋지만, 지역의 작은 극장에서 당신의 창의적인 모험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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