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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Nov 29. 2019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Bristol Old Vic

 영국 서남쪽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항구도시 브리스톨. 브리스톨에 산다면 언젠가 한번은 들리게 될 시티 센터에서 걸어서 약 5분. 정갈한 Queen Square 공원 뒷쪽의 한 골목, King street에는 Bristol Old Vic이 있다. 1766년에 지어진 이 극장은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극장 중에서 영국에서 가장 오래 된 극장으로 브리스톨 시민들에게는 하나의 상징적 역할을 하는 공간이자,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험적 공간, 성취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Philip_Vile


브리스톨 올드빅은 연극 <War Horse>의 연출로 유명한 Tom Morris가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는 제작극장으로서 주로 연극을 상연하는 극장이지만 무용 공연이나 가족단위의 관객을 위한 작품들도 상연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극장들, 영국 내의 극단들과 협력하여 작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새롭게 재개관한 뒤 동시대의 발걸음에 맞춰, Barrier Free 극장으로서의 운영을 위해 힘쓰고 있기도 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공연별로 자막을 운영하거나 통역사를 두기도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어를 따로 마련하고 있다. 자극적인 무대 효과 때문에 공연 관람에 어려움을 겪는 관객들을 위해 무대에서 사용되는 음향과 빛을 부드럽게 변형한 공연을 따로 상연하고 있기도 하다.


런던이 아닌 지방 소도시의 극장이기 때문에, 브리스톨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아티스트들을 발굴, 개발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무대예술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극단을 운영하고 (Young Company, Adult Company로 나뉘어 나이대별로 운영하고 있다) 아티스트를 위한 레지던시인 'Made in Bristol',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Writers' 도 있다. 2년간의 재개발, 그리고 재 개관 후 좀 더 열린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극장은 쉬는 날 없이 늘 열려있고, 극장 개관일을 딴 식당인 '1766 Bar & Kitchend'을 운영하여, 공연을 관람하러만 오는 곳이 아니라 레스토랑으로서 기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Philip_Vile


이 극장은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흥미로운 것들이 몇가지 있다.


첫째, 이 극장은 불법이었다.

1766년, 극장이 처음 만들어질 때 왕실의 특허 없이 지어졌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불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극을 음악 콘서트로 위장하거나, 대중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숨기는 등 조치를 취했었다. 그러다 1778년, 왕실의 특허를 받았고 이후 Theatre Royal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둘째, 최초의 극장은 평생 공연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살 수 있는 '실버티켓'이 있었다.

이 실버티켓은 극장을 설립할 기금마련을 위해 사용되었는데, 이 티켓을 구입한 사람은 50명이었고, 결국 이 티켓에 대한 값 50 파운드를 지불한 남녀 50명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실버티켓'이 Bristol Old Vic 설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다시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현대판 실버티켓을 5만 파운드의 값에 팔아 극장 재개발에 필요한 기금 마련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셋째, 브리스톨 올드빅은 그 자체가 역사다.

브리스톨 올드빅은 250여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래된 극장인 만큼, 극장 그 자체가 박물관이고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브리스톨 올드빅은 2016년을 기점으로 노후된 극장을 재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고, 2018년 9월에 재개관을 하였는데, 재개관을 하면서  브리스톨 올드빅은 250년 간의 역사를 기록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극장의 역사를 알 수 있게 여러가지 이벤트를 통해 브리스톨 올드빅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객석 2층(Dress Circle)과 3층(Upper circle), 그리고 갤러리(Gallery)로 들어가는 벽면에 브리스톨 올드빅에서 상연된 공연들의 플레이빌, 포스터, 공연 리뷰, 심지어는 관객들로 받은 컴플레인 편지까지 브리스톨 지역 아티스트인 Emily Ketteringham의 손을 빌려 그려놓았고, 매 공연 시작 30분전에는 극장 내 250년 된 벽에 프로젝트 맵핑을 이용해 250년의 역사를 알려주는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The House Is Open!'. 객석에 입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250년의 역사와 함께하는 것이다. 관객들에게는 250년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현대적 기술이 없던 시절, 연극을 위한 효과음을 낼 수 있었던 장치들인 Thunder run, Rain machine, Wind machine 등을 인터랙티브 기술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음향 장치들이 1942년 이후로 사용된 적이 없는데, 예술감독인 Tom Morris가 직접 연출한 2016년 <King Lear> 공연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100여년 이상 된 전통적 방식의 기술들을 동시대 공연에 사용하다니! 극장 안에 앉아 그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할 것 같다.)

ⓒFred_Howarth



2019년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브로슈어에 Tom Morris는 이런 말을 적어두었다.

"Yes, there’s a little of the artist in all of us – and now more than ever is the time to treasure it."

당신 안에도 아티스트가 있다면, 250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브리스톨 올드빅에 방문해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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