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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Mar 07. 2024

월간독서_2월의 책

<식탁 위의 진심>

2월의 책으로 <식탁 위의 진심>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먹음직스러운 요리에 감칠맛 나는 글을 버무린 에세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동생이 요리를 하면 글 쓰는 언니가 그 요리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식의 구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꼬막요리나 황태구이 등 어떤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와 레시피를 사진과 함께 책의 왼쪽 페이지에서 소개되면 오른쪽 장부터는 작가인 언니가 해당 요리와 관련된 추억이라던가 떠오르는 문학이라던가 해당 요리의 기원이나 역사 등등의 이야기들과 단상을 나열한 책이었다.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여러 음식과 관련된 작가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여러 시선들, 단상들을 엿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 런. 데…

책을 한 장, 두 장 넘기는데 뭔가 이상했다. 언니의 글이 문제적이었다. 뭐랄까.. 앞문단과 뒷문단의 이야기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 느낌. 문장에 주어나 목적어가 분명 있는데 없는 느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는 그런 느낌. 의식의 흐름대로 쓴 느낌. 세상 모든 자료를 모아 둔 아카이브에 요리 이름을 검색해서 그 음식이 언급된 문학이나 영화 등이 있다면 모조리 대충 되는 대로 끌어온 느낌..이랄까(!) (만약 책에 언급된 수많은 시와 소설들, 에세이들을 정말 작가가 모두 읽고 기억해 언급하고 풀어낸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작가의 추억이 담긴 음식과 언급되는 수많은 작품 속 음식들은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고, 문학적으로도 엮이지 못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는 글의 예를 들면, 비프스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갑자기 아귀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실제로 비프스튜에 대한 이야기를 풀다 영화 라따뚜이가 언급되고, 영화에서는 비주얼 효과를 위해 국물이 없는 비프스튜처럼 보이게 연출되었는데 그 소스를 찍어 먹는 영화 속 비평가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도 접시의 소스를 손가락으로 찍어먹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추억의 아귀찜 요리가 있다며 아귀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게 무슨 의식의 흐름이란 말인가!! 결국 비프스튜 주제의 장은 작가가 다녀온 ‘오동동동 진짜 원조 초가집’의 아귀찜 이야기로 끝난다. 이 글을 적으며.. 순간 작가가 챗 GTP에게 요리가 언급된 영화나 문학 등을 다채롭게 예시로 활용한 에세이를 써달라는 부탁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도저히 책에 대한 리뷰를 하는 게 어려워 책과 동일한 콘셉트로, 나의 추억의 음식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해보려 한다. (?)


내가 소개하고 싶은 음식은 고디국이다. 고디국은 방언으로 표준어로 말하자면 바로 다슬기국이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고디(다슬기)가 많이 채취되는 여름철에 국으로 먹는 향토 음식이라 한다. 나도 책과 동일하게 요리하는 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재료] 고디(다슬기), 들깻가루, 찹쌀, 정구지(부추), 배추시래기, 양파줄기, 파

[만드는 법]

1. 일단, 고디를 깨끗이 씻는다.

2. 물을 팔팔 끓인 뒤 고디를 넣어 한번 더 끓인다.

3. 삶은 고디를 건져내어 바늘로 고디 살을 발라낸다.

4. 들깨에다 찹쌀을 조금 넣어 갈고, 삼베 천으로 국물을 짜 낸다.

5. 고디를 삶은 물에다 들깨 국물울 넣고 정구지, 배추시래기, 양파줄기, 파 등을 넣고 끓이다 고디 살을 넣는다.

6. 된장, 국간장, 소금, 참치액젓 등으로 간을 한다.


고디국은 나에게 추억의 음식이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적, 경상북도 경산에 사셨던 탓에 우리 가족은 1년에 최소 두세 번은 경산에 갔고 할머니 댁 근처 산골의 내천이나 계곡에서 시간을 자주 보냈다. 계곡에는 다슬기가 매우 많았고 우리는 놀이 삼아 다슬기를 잡았다. 다슬기를 잡는 전문 장비(?)도 있었는데 소쿠리에 투명한 플라스틱이 붙어있어 물속을 잘 볼 수 있게 하는 도구였다. 그렇게 놀며 잡은 다슬기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와 할머니가 고디국을 끓여주셨다.


어렸을 때는 다슬기를 잡는 건 좋아해도 먹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고디를 삶아낸 물은 음식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생경할 정도로 푸른색이었고, 냄새도 쿰쿰하니 썩 유쾌한 냄새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나는 즐겁게 물놀이를 했다는 것, 무언가를 채취했다는 재미와 성취감, 그리고 끓여서 익혀낸 다슬기를 껍질에서 벗겨 살만 골라내는 것이 재밌었던것 뿐이었다. 두꺼운 이쑤시개와 바늘이 살을 발라내는 주 도구였는데, 이쑤시개로 살을 발라내다 보면 이쑤시개 끝이 금방 뭉툭해지곤 했다. 할머니와 마주 앉아 뭉툭해진 이쑤시개를 새것으로 바꿔가며 고디 살을 발라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돼버린 고디국. 다슬기를 함께 잡으러 가기엔 우리 가족은 나이가 들어버렸고 투박한 손으로 부추를 숭덩숭덩 썰며 고디국을 끓여 줄 할머니도 더 이상 없다. 엄마가 종종 끓여주시는 고디국은 이제 살만 곱게 발라져 있는 마트용 다슬기로 끓여진다. 그 또한 본가에 방문했을 때만 먹을 수 있다. 그렇게 고디국을 맛보는 것은 정말 연간 행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요즘 엄마가 마트용 다슬기로 끓여주시는 고디국도 맛 하나는 기가 막힌다. 푹 고아진 배추와 부추는 부드럽게 입 안을 가득 채웠다가 포근하게 넘어가고 들깻가루로 걸쭉하게 졸여진 국물은 구수한 향이 가득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고디국엔 추억의 단맛도, 즐거움도 없다. 엄마의 고디국도 시간은 유한하기에 평생 맛볼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저마다 가슴속에 담아 둔 추억의 음식이 있는 이유는 유한한 시간 때문일 것이다. 조만간 엄마에게 고디국을 끓이는 법을 배워봐야겠다. 마트용 다슬기로는 옛날 그 맛을 낼 순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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