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갈 수 있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알고 있어.
주인이 옷을 빠르게 갈아입고, 눈길 한번 안 준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해. 그런 날은 힘 빼지 않고, 집에 편안히 누워서, 나갈 때 눈인사나 끔뻑하면 돼.
오늘은 달라.
가장 중요한 단서는 내 물통에 물을 넣는다는 거야. 이건 다 된 밥이지. 자 이제 꼬리 좀 흔들어 볼까. 도움이 될 때가 있거든.
“아유, 축복이 갈까?”
거봐. 좀 먹히지.
이 동네는 내가 꽉 잡고 있지. 그런데 왜 자꾸 아스팔트로 가는 거야? 어제 비 온 뒤, 온갖 냄새가 뷔페처럼 차려졌는데. 날 내버려 두라고. 이거 봐. 어어.
나도 의견이 있다고!
개똥 좀 줍고 다닌다고 개권 신장에 일조하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는데 말이야. 주인 양반. 내가 원하는 거 하나 제대로 못 들어주면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아, 겨울이라 추워선지. 똥 밭이네.”
주인 뭘 모르는 본데. 애들이 핸드폰 보다가 동료 개들이 똥 누는 걸 못 보는 수가 있어. 그렇게 화만 내지 말라고. 당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어.
지난번 전화하는 거 들었어.
은희경 작가의 북토크 다녀왔다며.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작가의 그 말이 소름 끼쳤다면서.
백날 책 보고, 북토크에 가서 무릎 '탁' 치고 오면 뭐 해. 돌아서면 잊는걸.
“요놈 눈빛이 왜 이렇게 불만이야?”
아아! 왜 내 얼굴을 그렇게 세게 문질러? 아프다고. 난 주인이 주물럭 하는 쿠키 반죽이 아니라고.
“빨리 가!.”
왜 신경질이야? 잠깐 생각 좀 했어. 이 정도로 하면 알아들어야지. 내 단호한 눈빛 안 보여?
가기 싫다고.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있어. 버틸 거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그쪽이 아니야!
에이. 모르겠다. 힘으로 잡아끌다니. 치사하게.
이쪽이야? 알았다고! 간다고 가~ 새로운 냄새가 나는 것도 같네. 집으로 가는 길만 아니면 콜!
https://m.youtube.com/shorts/K02LQ8qoz7o
❤️ 축복이의 영상에서 확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