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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Feb 24. 2024

내 아파트에는 외계인이 산다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을 읽고 (안드레아스 슈타인하펠, 김경연 옮김)

어릴 적 광활한 우주와 바닷속 심연 중 한 곳을 택해서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갈지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 둘이 존재한다는 것은 학교에서 배웠지만, 미지의 세계였다. 경험할 수 없는 범위에 있는 우주와 바닷속에 가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일상은 저 멀리 사라져 갔다.

초부유층 사이에서 우주여행이 유행이란 이야기를 신문 지상에서 접한 적이 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할 만할 것일까?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에 등장한 미지의 생명체를 읽으면 우주여행의 호기심이 충족될지. 

이 책은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라는 독일 아동 청소년 문학상 60주년 기념 작품집에 실린 안드레아스 슈타인 하펠의 단편이다.  남자가 사는 아파트에 동거하는 외계 생명체 이야기.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그만 그만한 세상살이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나를 따분하게 하는 사람은 내 주위에 필요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내 손님은 내가 아는 인간들과 구별되었고, 또 접근하려는 시도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아 거의 호감이 갔다.” 

잠시 우주 생명체를 만난 이야기에 눈이 동그래진다. 우주생명체(녀석 혹은 손님이라 일컬어짐)가 냉장고를 급습한 이야기.

 

우주 생명체는 온통 검은색이다. 지저귀는 듯, 체코어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적포도주잔을 손가락으로 긁으면 나는 영롱한 소리에 입김을 불어 아름다운 춤을 만들어낸다. 남자의 아끼는 치즈를 건드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거실의 소파를 찢어놓기도 한다. 남자의 침실을 차지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며 주인공의 애장품 그림을 망가뜨릴 찰나! 녀석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러자 그 미지 생명체에게서 꽃향기가 난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기가.

 

“녀석의 숨결이 나를 스치며 어떤 달콤한 향기가 갑작스레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나는 고함을 지르며 녀석에게 문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 녀석에게 대항하기 위해 고개를 지독하게 늘여 빼야 했는데, 녀석의 숨결이 나를 스치며 어떤 달콤한 향기가 갑작스레 공간을 가득 채웠다. 라일락 꽃향기를 비롯해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꽃들의 향기였다.”

 

결국 생명체는 남자의 애장품 그림들을 망가뜨리고, 부서진 그림 위를 걸으며 색을 흡수해 버린다. 남자는 아무 가치가 없어진 그림 앞에 더없이 처참해진 기분을 느낀다.

상상을 초월하는 만남을 따라가다 보면, 우주여행을 향한 연정이 꿈틀 살아난다. 우주에 살고있는 미지 생명체에 대한 상상이 현실로 바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명체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 옆집 남자에 도움을 청하는 주인공.

옆집 남자에게 도착한 외계인은 수족관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들과 친구가 될 거라 믿고 있다.

“그들은 어렸다. 우리 지구인의 나이로 측정해 볼 때, 모두 아이들이었다. 더구나 성장 중에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사실을 낮게 평가하면 안 된다. 성장 중의 아이는 정말이지 꽤 많은 것을 먹어 치운다.”

남자는 옆집 남자에게 머물 방이 있는지 묻는다. 자신의 집을 점령한 외계인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 도중, 태양계로 떠나는 우주선을 발견한다. 우주로 긴 여행을 떠난다. 태양이 폭발하기 전 더 많은 아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그 아이들이 내일 내 방을 급습한다면? 성장기 아이들일 테니 일단 식량을 두둑이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수족관과 그림은 치워 놔야지. 혹시 친해지면 우주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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