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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Apr 22. 2024

작은 불빛을 외면하지 마!

새로운 피노키오(Christine Noestlinger)읽고


‘그래! 내 사랑하는 요정님이 그랬을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장난으로 마법을 걸진 않았을 거야. 집에서는 벌써 다섯 달이 지났겠지. 요정님은 내가 보고 싶은 거야. 내가 자기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래서 내게 다시 자기를 기억하라고 당나귀 귀와 주둥이로 변하게 마법을 걸었을 거야. 당나귀 다리가 되게 한 것은 빨리 달려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거고, 당나귀 다리는 꼭두각시 다리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으니까!’     

‘피노키오는 어떤 당나귀보다도 빠르게 국경을 향해 뛰었어. 어떤 빨간 솜사탕도, 어떤 연극 텐트도, 어떤 고무공도, 어떤 소년, 소녀도 피노키오를 멈추게 할 수 없었지. 피노키오에게는 오직 집에 가서 사랑하는 요정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     

‘제페토 할아버지는 착한 노인이었어. 단 한 가지, 농담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 그래서 쉽게 감정이 상하곤 했단다.’     


어렸을 적에 읽은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늘어나는 아이로 강하게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거짓말할 때마다 코를 만지게 했다.

새로운 피노키오를 읽을 때 예전에 읽었던 피노키오는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제페토 할아버지, 그리고 피노키오 모험, 실패, 희망 그리고 파란 요정의 변신과 반전으로 가득한 이 모험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25살 때 지구 반 바퀴를 건너 혈혈단신 독일에 유학을 간 이유에는, 나를 이루는 ‘호기심’이라는 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호기심을 충족하고자 할 때 직접 체험이 가장 시원한 방법이다. 책과 영화 뮤지컬, 발레, 오페라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의 다른 방법이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목수인 버찌 할아버지에게 나무토막을 하나 얻는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버찌 할아버지는 한바탕 우스꽝스러운 싸움을 벌이고야 말았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었는데 피노키오는 순식간에 걸음을 배워서 도망가는 바람에, 제페토 할아버지는 인형을 훔친 누명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경험이 없는 피노키오는 지혜로운 조언을 주는 ‘슬퍼 슬퍼라’ 귀뚜라미의 ‘슬퍼 슬퍼라’를 듣고 싶지 않아 나무토막으로 던져 죽이고 말았다.

피노키오는 다시 제페토 할아버지, 즉 아버지를 만나 화목하게 살고 싶어 한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아들 피노키오에게 웃옷을 팔아 책을 사주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피노키오는 신나는 나무집에 들어가기 위해 그 책을 팔고 무시무시한 꼭두각시 놀이꾼에게 잡혀간다. 그곳에서 나무토막 친척들을 만나지만 놀이꾼을 화나게 해 타 죽을 운명이 된다.

금화 다섯 닢을 얻은 피노키오는 아버지에게 가는 길에 ‘기적의 들판’이라는 여우에게 속게 된다.

지혜로운 귀뚜라미를 만나지만, 사기꾼의 말에 더 현혹되어 있다.

위험한 모험의 길 가운데 다행히 터키석처럼 파란 곱슬머리의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난다!

그렇지만 자기를 도우려는 아가씨의 도움을 번번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 슬퍼라 하는 귀뚜라미의 충고도 외면해 버린다.

금화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통에 코만 더 늘어나 버린다. 게다가 여우와 고양이에게 속아 감옥에 갇혀 버린다. 그곳에서 간수에게 알파벳 열세 글자를 배운다.

피노키오는 비둘기를 타고 바다에 도착하고 부지런한 꿀벌들의 섬에도 도착한다. 그곳에서 아버지가 상어에게 먹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슬퍼한다.

아무도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어.

그렇지만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파란 요정.

그렇지만 파란 요정의 약속처럼 사람이 되고, 파란 요정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가야 한다. 읽기 쓰기를 배워야 한다는 조건을 맞춰야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악당 같은 아이들의 꾐에 넘어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피노키오에게 은혜 입은 경찰견은 피노키오를 구해준다.

사랑하는 요정은 흠뻑 고생만 하고 온 피노키오에게 약속한다. 꼭 살과 피로 된 아이로 만들어준다고!

그런데 유혹에 넘어가 장난감 나라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분홍색 솜사탕을 뜯어먹느라 두 달이나 보내버린다.

그런데 당나귀로 변해버린 피노키오! 터키석 요정님의 뜻을 깨닫고 요정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이야기는 또 한 번 함정에 빠지고 피노키오는 북이 될 운명에 처한다. 피노키오는 바닷속에 빠져 상어 배로 들어간다.

그런데!

작은 불빛은 외면하지 않은 피노키오는 아버지를 재회하고, 아버지를 구출한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놀랄 만큼 아름다운 성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피노키오에게 손을 흔든다.

그리고 피노키오와 요정은?

그건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남겨둔다.

이 부분을 위해 험난한 모험을 달려온 피노키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 신기한 동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생각지 못한 약점 혹은 반전이 있다.

착하긴 하지만 농담을 이해할 줄 몰라 화가 나는 제페토 할아버지

슬퍼 슬퍼라라고 울면서 지혜를 나눠주는 귀뚜라미

피노키오에게 알파벳을 알려주는 간수는 26개 중에서 13개밖에 몰라 그것만 알려준다,

피노키오는 마치 나처럼 용감을 넘어, 가진 황금잎 5 잎을 모두 거는 무모하고, 또한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탕이면 사족을 못 쓴다.

그리고 터키석같이 파란 요정은 피노키오를 사랑하게 된다!

피노키오와 함께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피노키오도 나도 경험을 얻게 되고,

슬퍼 슬퍼라 귀뚜라미가 말하지 않아도, 피노키오가 찾은 진실에 조금 가깝게 되었다.

그럼, 나도 삶에서 작은 빛을 외면하지 말고 끝까지 들여다봐야겠다.

그곳에서 상어 뱃속에 앉아 있는 제페토 할아버지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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