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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May 15. 2024

노래방 좋아하세요?

'영화관에 간 철학'을 읽고

영화 보기가 취미예요.

그런데 머리 아픈 영화는 잘 안 봐요. 현실로 충분하죠. 머리 식히려 봐요. 영화. 해피엔딩은 필수. 내가 선망하는 연애를 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로. 영국식 건조한 유머를 양념 치면 더할 나위 없죠.     


영화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다.

책은 잡식성으로 다양하게 읽으려고 한다. 생각이 굳어지거나,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다.      

그런데 영화는 편식한다. 시각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피가 낭자한 공포영화나 스릴러는 거른다. 며칠 동안 잔상이 남는다. 꿈에 나오면 곤란하다. 숙면이 가장 큰 고민인 요즘.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엔 철학이 가지런히 옷 입고 있었다. 난 영화 속 메시지를 골라 먹고 있었다.     

비긴 어게인. 음악영화를 좋아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티켓이 비싸서 연중행사도 어렵다. 무미건조한 현실에 리듬과 멜로디를 입혀서 특별하게 만든다.

뮤지컬 영화에서 눈뿐 아니라 귀까지 호강하는 특혜가 있다.      

최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나의 원칙에서 제외다. 세계인을 매료한 한국 영화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호기심 덕분에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가장 한국적인 특수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으로 변한다. 헤겔의 변증법이다.

가난, 자존심, 가족 사랑은 보편이다. 반지하 냄새, 가족 사기, 방공호 대피, 과외 교사라는 특수를 만든 것. 귀추(abduction)로 봉준호 감독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개별에서 특수를 찾는다. 기생충은 자존심 손상에 반지하 냄새를 결합해 기택 냄새를 만든다. 가족 사랑에 방공호 대피를 결합해 문광 가족을 만든다. 가족 사랑에 과외 교사를 결합해 동익 가족을 만든다. 개별은 특수와 보편의 통일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독자의 해골이 아플까 봐 여기까지 설명한다. ^^     

BTS는 관용주의를 노래한다. 1618년부터 30년 동안 지속된 종교전쟁으로 1/3의 인구가 줄어든 유럽에서 철학자들은 관용을 외쳤다.

성, 인종, 언어, 출신, 민족, 종교, 장애로 배척하는 언어가 난무하는 요즘 BTS의 곡 <Permission to Dance>는 소수집단에 관한 관심을 노래한다.

국제 수어로 말이다. 전 세계 15억 명의 난청, 청각 장애인들이 환호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배트맨은 공동선에 관해 이야기한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자유 지상주의와 평등주의가 논하는 정의는 분배, 돈,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분배는 현대 윤리학 또는 정치 철학에서 핵심 이슈라고 한다. 빈부격차, 금수저, 흙수저 부익부 빈익빈, 유전무죄 무전유죄. 안타깝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부의 흐름이 있고, 개인이 노력해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평범한 회사원이 평생 일을 해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기 쉽지 않다.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가 어둡다고 툴툴거리면서도 끝까지 봤던 이유.

저자에 의하면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리고 선동의 열쇠는 감정이라고.

시민의 미덕은 폴리스에서 토론과 연습을 거쳐 쌓은 것이다. 샌델도 좋은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토론해서 합의하자고 한다. 인간의 연대 의식은 감정의 도움이 필요하다.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은 연대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저자는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 용어를 '타자' 대신 '남', '자아' 대신 '나'. '인식' 대신 '지식'이라고 쓰자고 한다. 철학이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영화를 오직 재미와 시간 때우기로 봤다면, 주인공이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살아 있진 않을 것이다. 인물이 던지는 메시지는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 공동선, 디오니소스 그리고 관용에 대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모두에게 선이 되는 목적을 위해 연대하자는. 그리고 영화를 통해서 그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그러나 어려운 개념들을 단순화하는 과정이 무리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영화 속 숨은 철학 찾기를 마쳤으니, 일상을 떠나 놀이터에서 나만의 디오니소스 파티를 즐겨야겠다.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볼까.          


BTS Photo by Jinseong Kim

Photo from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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