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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Jun 01. 2024

행복한 사람을 만나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를 읽고(류귀복 지음/ 지성사)

새해 인사로 무난한 버전은 “새해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이다.

건강이 먼저 나온다. 질그릇과 같이 깨지기 쉬운 연약한 육체는 일상의 평온을 깨뜨릴 때가 많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정신과 육체는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재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돈과 명예를 가진 연예인의 비극적 결말 소식을 들을 때마다 참담함이 느껴진다. 인간이 물질적 풍요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 동시에 떠오르는 질문 하나.

‘행복은 무얼까? 누구나 갈망하는 ’ 행복하다 ‘라는 것은?’

 

잘 지내?라는 기준치를 낮추면 우리는 모두 ‘잘 지내’라고 답할 수 있다고 한다. 명품 아파트에 비싼 옷들을 걸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내에게 두 권짜리 책 ‘파친코’를 선물 받는 날 잘 지낸다. 가 무척 잘 지낸다가 될 수 있었다.

저자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다. 결혼 후 보금자리를 꾸민 후 병을 얻었다. 격주로 주사 치료를 받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생긴 두드러기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다. 수시로 소염진통제를 찾으며 통증과 함께 걸어간다. 이 병명이 왜 익숙할까 생각해 봤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이 병을 앓는다고 들었다. 글은 독자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서 눈앞에서 모든 것을 시각화한 영화보다 위력적이라고 말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에 만나는 작가는 나를 어떻게 압도할지 기대해 본다.

‘천재 작가’라는 작가명을 가졌던 저자는 브런치 스토리에 그의 책 발간기를 올렸다. 그의 병은 상상도 못 했다. 위트 넘치고 쾌활한 답글에서, 건강미 넘치는 저자를 상상했었다.


난 마흔을 넘기고 결혼했다. 결혼할 때까지 주변에서 듣고 보는 이야기가 많았다. 결혼에 대해 로망이나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은 영화가 홈런을 칠 경우가 많지 않은가! 생각지 못한 심리적 안정감을 누리며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저자 또한 인내심 많은 만 점짜리 아내와 알콩달콩 신혼을 즐길 무렵 발생한 돌발 상황에 적잖이 낙심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누구보다 삶을 향한 호기심과 정열이 가득하다. 발레를 통해 몸 구석구석의 감각을 깨닫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체험한다.

독일 출장 시, 공항에서 심심풀이로 사 본 ‘서핑’에 관한 소설을 읽은 후, 서핑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저자는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수없이 바다에 빠지고, 짠물을 들이켜고, 보드에 머리를 부딪혔던 모든 순간이 단번에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덕분에 강사의 도움 없이도 파도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인생살이를 서핑에 비교한다고.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리고 조금씩 다른 동작을 익히다 보면 어느새 파도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독서 전도사로 주변인들에게 책을 권한다. 책을 통해 삶의 독소를 빼는 자정능력을 키우고, 분별력을 키우도록 독려한다. 어렵게 얻은 서울 대형병원 정규직 ‘방사선사’라는 소명에도 진심이다. 따스한 시선으로 환자를 살피며, 그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긴다.

혼자 있을 때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불온한 시민을 신고하는 정의감에 불타기도 한다. 작은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는 걸 용서하지 않는다.

저자의 높은 윤리적 기준은 본받을 만하다. 정의롭고 누구나 살만한 세상에 도달하기 위해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지방질을 빼는 다이어트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우리는 새해 인사를 통해, 그리고 매일 아침, 누군가에게 행복을 기원한다. 행복은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콧등에 살포시 앉는 눈송이 같은 것일까?

저자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으면서도, ‘잘 지낸다’라는 기준을 아픈 몸에서 찾지 않고, 사랑스럽고 자존감 높은 아내, 세상 귀여운 딸아이, 자신이 직장인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동료와 환경에서 찾았다.

발레를 통해 발과 근육의 감각을 익혔다. 무수히 넘어지고, 몰아치는 파도를 보며 두려움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끝내 파도와 오롯이 독대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환자 겸임, 치열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10권 이상의 책을 읽어치웠다.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에게 투자하기 위해 소설책 1권은 꼭 포함한다.

행복은 익으면 뚝 떨어지는 ‘감’ 같은 존재가 아니다.

행복을 보는 눈을 뜨고, 행복을 공부하고, 내가 아닌 타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저자는 충분히 ‘잘 지낸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새해 인사는 바뀔 것 같다.

‘새해에는 보물찾기 하 듯, 행복을 찾아보세요. 행복을 배워보세요’



<인상 깊은 내용 발췌>

그랬더니 소중한 지인들의 “잘 지내?”라는 안부 인사에 “잘 지낸다”의 기준치를 낮게 하면 "잘 지내 “라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없이 바다에 빠지고, 짠물을 들이켜고, 보드에 머리를 부딪혔던 모든 순간이 단번에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덕분에 강사의 도움 없이도 파도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서퍼들은 흔히 서핑을 인생에 비유한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테이크 오프에 성공해서 파도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꿈이 없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당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서만큼 가성비 좋은 투자도 없다….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잊지 말자. 좋은 글은 언제나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아프고 힘들지만 충분히 행복했다. “아파도 다시 태어날 거냐?”이라는 질문에 “아파도 다시 태어날 거다”라는 답변을 고민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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