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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Jul 26. 2024

축복아, 바다다

전지적 멍멍이시점

어젯밤부터 현관 앞에 짐이 쌓여있다. 주인은 내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저들은 내일 어딘가로 떠난다! 마음의 준비를 하자!

까만 가방이 나오면 먼 곳을 떠나더라고! 이건 좋은 징조야!

신나는 일이 있을 거 같은데!     

내가 차를 좀 잘 타잖아?

창밖에 산이 보이네! 주인 두 명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뭔지 되게 궁금하다. 까만색. 아침에 맡았던 냄새인데?

얼마 만에 주인과 함께 차 타고 가는 거야. 킁킁. 창밖에서 나는 냄새도 색달라. 기분 최곤데!     

어랏. 중간에 내리잖아?  온갖 냄새가 섞였다. 흠. 맛있는 냄새~

왜 이리 사람이 많아? 내가 사회성갑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걷기 힘들다고! 냄새를 쫓아가려고 하는데 왜 막아서냔 말이야!

어랏. 잠깐만. 신호가 오잖아.

“아유, 잘했어!”

어, 이 뜻이었어? 주인! 진작 말하지. 나 볼일 보라는 거지? 조그만 기다려봐. 지금 탐색 중이야. 조금만 가면 나올 거 같아.

“아유 예뻐! 똥도 싸고, 이제 들어가자!”

어어. 이게 뭐야. 난 저쪽도 둘러볼 건데. 이건 반칙이야 반칙!! 날 들어 올리다니 말이야!     

차 안은 시원하다. 잠이 온다 잠이....     

“쏴아~ 쏴아~”

와 여긴 어디. 저 푸른 물은 어디가 끝인 거야! 네모 박스 같은 집과는 비교가 안 되는 걸?

최고야! 왜 이제야 온 거야!

견생 첫 바다다!

이 짭조름한 맛은 어디서 나는 거지? 좋았어! 내려놔. 이거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네!

앗 뜨거워! 보기랑 딴판이네! 깜짝이야! 다리가 풀리네.. 에라 모르겠다. 철퍼덕 앉아버리자!

“어머 축복아! 미안. 뜨겁지?”

주인이 신발 벗고 모래로 딛더니 나를 안아버리네. 그래. 본인이 겪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소나무 숲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데? 긴장도 풀려. 나 기분이 가 좋아.

저것 봐. 나 보면서 웃는 사람들. 여유가 느껴지네.

이게 바로 여행의 맛이지!

“소나무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쟎아.”

“그래 안면도의 소나무 이름은 곰솔이래. 해풍을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래..”

아쉽다 이 뜨거운 열기만 아니면 좀 더 걸을 수 있는데 말이야! 지금 털코트를 입어서 걷기가 힘들어 컥컥.     

또 어디 가는 거야!

이제 우리 여기서 사는 거야?

정말 다른 냄새가 나는데? 이 계단은 뭐지? 우리 같이 자는 거야? 내 평생의 소원! 그거 못 들어주나?     

배신자들! 나는 1층에 있고 주인들은 위로 올라가네. 기다려. 나도 갈 거라고!

“축복아, 위험해! 복층으로 가는 계단이 너무 가팔라! 안 되겠다.”

주인아, 제발, 그것만은. 가방으로 계단을 막아놓다니! 흑. 내 살을 주인과 대고 잠들 수 있다면 개행복할 텐데.     

자고 일어나니 새로운 세상이다.

꿈속에 어젯밤 본 푸른 것이 나왔어! 화들짝 놀라게 뜨거운 모래, 발에 닿는 느낌은 너무 좋았는데!     

이곳에 있는 나무들 정말 크고 대단한데! 짙은 냄새를 뿜어내는 거 같은데 말이야!

어어, 잠깐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이봐 들, 뭔가 착각을 하는 거 같은데. 기다려.

풍덩!

“축복아, 시원하지! 이리 와, 옳지 옳지!”

이봐. 악 무서워. 발도 닿지 않는데, 아, 살아야겠다. 내 발아 나 살려.

“여보 축복이 봐. 물에도 안 들어갔는데 발을 휘젓고 있어. ㅋㅋㅋ ”

이게 웃겨? 난 지금 죽다 살아났다고. 이럴 때 정말 답답해. 내가 지금 물을 좋아하는 줄 알지? “

축복이 수영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언젠가도 날 여기에 빠뜨렸잖아!

“여보 축복이가 수영 정말 잘해! 날 닮았나 봐! 수영천재 조 축복!”

신났다 신났어. 그래, 이제 포기.  기운 없어. 목욕까지 하니까 너무 배고픈걸.

물놀이 후 뭐 없어? 짐만 싸지 말고. 코를 찌르는 이 매콤한 냄새는 혹시 라면?

나도 밥 줘. 그래 그래! 우리 이제 먹는 거지!     

와, 여긴 어디? 화분도 많고 나 여기서 좀 놀아도 돼?

“강아지 동반 되나요?”

“네~ 가방에 넣으시면 돼요!”

“우리가 전세 냈다! 커피도 맛있고”

나 좀 내려놔 봐. 냄새 좀 맡자. 화분들에서 나는 냄새는 다 뭐야!

“바다 보이는 식물 카페 좋다 여보!”

저 멀리 보이는 게 꽃게 다리야?

여기도 좀 봐야겠어.      

“축복아, 가자~집에 갈 시간이야.”

“늦으면 차 막힌다.”

흥흥. 주인의 표정 보니 좀 더 있고 싶은 거 같은데. 바다도 보고,  소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샤워도 하고.

주인! 다음번에도 나 데려올 거지?

신호만 달라고! 1층도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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