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이의 출산
만삭의 해남이는 어찌나 배가 부른지 위에서 보면 다이아몬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제 따라 유난히 이 구석 저 구석을 다니며 상자 속에 몸을 넣어보며 이방 저방을 다니던 해남이, 그래서 오늘 내일은 새끼를 낳으려나 하고 생각했다.
어제는 마루에 있는 비닐봉지가 담겨있는 박스에 자리를 잡고 잤다.
나는 오늘 하의도에 재가 암 환자 공예 수업이 있어서 새벽 네 시에 집을 나섰다. 배를 타고 가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해남이가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어."
"아이고 많이도 낳았네요. 다 어찌 키우려고......"
해남이는 3년 전 비 오는 밤 해남에 볼일을 보고 오던 남편에 데려온 고양이다. 비가 많이 오는 밤이었는데 도로에 있더란다. 남편은 고양이를 피해 갔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그냥 두고 가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데려온 해남이는 한 뼘도 채 안 되는 아기 고양이었다. 비에 쫄딱 젖어 더 작고 처량해 보였다. 해남에서 데려와 이름이 해남이가 되었다.
녀석은 새침데기였다. 애교도 없고 그야말로 시크한 아이 고양이었다. 첫배는 천장에 아기를 낳았는데 두세 마리 낳은 것 같았다. 죽어있는 한 마리를 마당 마루에 가져다 놓은 것 말고 다른 아기들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지붕에서 삐약삐약 소리가 나더니 언제부터인가 아무 소리가 없었다. 두 번째 출산은 작년 오월이었다. 여섯 마리를 낳았는데 달마에 안 같았다. 모두 하얀 바탕에 동그란 검은 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번에 세 번째 출산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일곱 마리나 낳았을까!
해남이는 암컷 고양의 치고도 몸이 작은 편이다. 나이로는 세 살이다. 걱정과 달리 두 번째 출산 후 아이들을 토실토실 잘 키웠다. 이번에 낳은 아이들도 어찌나 깨끗한지 털도 보송보송하고 서글픈 마음이 안 든다. 아기 고양이는 강아지랑 달라서 엄청 작다. 꼭 생쥐처럼 작다. 짐승들의 아기는 다 이쁘다던데 막 태어난 아기 고양이는 별로 이쁘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오늘 칠 남매는 이쁘다.
태어난 지 하루도 안돼 녀석들이 얼마나 힘차게 젖을 빨아대는지. 해남이는 세 번째 출산답게 아가들을 잘 건사한다. 이리저리 옮겨가며 젖을 먹기 좋게 위치를 잡아준다. 다리를 허공에 띄우고 아가들이 편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한다.
동물들이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 양수며 태반 아기들의 대소변을 다 핥아먹는다. 어떤 녀석들은 며칠간 박스에서 나오지도 않고 아기 고양이를 품고 있기도 한다. 심지어 밥도 박스 안에 넣어 주어야 먹는 녀석도 있다.
추운 겨울이 아닌 봄이 오는 길목에 새끼를 낳아서 다행이다. 그제 집 앞 도로에서 데려온 하반신 마비 고양이도 아직 잘 버티고 있다. 걷지 못해 하루 내내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녀석이 불쌍하기도 하고 걱정이 된다.
이번 주에만 식구가 여덟이 늘었다. 이렇게 또 새로운 가족과 동거가 시작되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너희들 젖 잘 먹고 튼튼하게 자라기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