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 Apr 18. 2018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하여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넌 뭐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들으면, '돈의 가치와 흐름을 바로잡을거야.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는게 아니라 사회에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할거야' 라고 대답하는 나였다. 자본주의와 기업은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며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물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기업도 있는데, 억울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왜 잘못됐는지, 정확히 무엇이 잘못됐는지, 한정된 지식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를 비판하고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주장하기로 유명한 장하성씨의 책이다. (이분의 과거 행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나, 더 나은 자본주의를 끊임없이 외쳐와서 유명해졌다는 것은 확실히 안다.) 자본주의는 좋은 경제 제도이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좋지 못하다. 자본주의 이면에 있는 경제문제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비판하며 분석한 책이다. 영어 원제가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인 만큼, 23가지 포인트를 짚어 현재의 시장 중심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분명히 유익하고 배울점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방법으로 사용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를 지향하면서 비판하는 책이라 비판에만 몰두되지 않아서 좋았다. 영리+비영리 혼합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싶은 나라서, 어떤 사회혁신을 이루어갈지 좀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너무 깊어서 아직 정리는 안됐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조금이나마 알고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더하여, 책을 나눠주신 동료 분께 감사를 전한다.




1. 자유 시장은 사실 자유롭지 않으며, 우리가 익숙해져서 자각하지 못하는 여러 규제 속에 있다. 시장의 경계와 가격에 대한 여러 논란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시장이 객관적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2. 유한회사의 등장 -> 전문경영인 등장과 그들에 대한 비판 -> 주주가치 극대화를 기준으로 전문경영인을 평가하며 배당금이 한없이 치솟음 (주주가치극대화 모델) -> but 주주는 기업의 주인들 중 가장 쉽게 빠져나갈수 있음 -> 경제 전반 & 각 기업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음


3. 한 개인이 받는 임금은 그의 가치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부자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는 임금은 이민 제한 정책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이민 노동자들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부자 나라의일부 시민들, 따라서 자신의 가치만큼 임금을 받는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마저 그들이일하는 사회 경제적 시스템 덕에 그만큼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나 근면성만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5. '모든 사람은 합리적 인간이다, 즉 이기적이다'라는 경제학의 기본적인 명제에 반기를 드는 내용

- 사람들이 자유 시장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히 이기적으로만 행동하면 기업과 사회가 기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보이지 않는 미묘한 보상과 제재가 없을 때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정직하게 행동한다.  

- 최악의 결과를 계속 가정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도덕적 주체로 신뢰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최악으로 극단적인 이기주의 행동을 한다


6.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투자 위축과 노동시장의 불안정을 가져와 (최소한 체감하는) 경제 안정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국가는 거의 없다. 현재 자유 시장 정책을 채택하며 부자가 된 나라들도 과거 부유해지던 시기에는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했다.


8.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 다국적 기업의 이익은 결국 본국에게 대부분 돌아간다.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탈산업화 시대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효과이다.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가격이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지 제조업 생산량의 절대량이 줄어서가 아니다. 가격이 낮아진 것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이 서비스업 분야보다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다.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 또한 서비스 산업은 국가 간 교역이 매우 어렵다.   

10. 나라마다 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양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 환율이란 국제적으로 거래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 공급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반면 어느 나라에서 정해진 금액으로 얼마만큼의 제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국제 시장에서 교역되는 것들뿐 아니라 그 나라에서 거래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소득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지에 따라 좋은 나라인지를 판단하다 보면 질 좋은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을 간과하기 쉽다. 모두가 진정으로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의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지역, 기후 등으로 인한 숙명이 아니다. 그러한 장애 요인들은 이미 선진국에서 극복된 바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성장을 조금씩이나마 해왔다. 아프리카가 최근 들어 성장 실패를 경험한 주된 이유는 정책, 즉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강요한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이다.   


12. 현대 경제학계의 주류 자유시장경제이론에 따르면 당사자가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결정은 열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이유는 1) 근접성은 좋은 판단을 보장하지 않는다 2) 정부는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능력이 있다 3)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유망주를 고르는 것은 늘 있어 온 일이다. 정치적 의지가 충분하면 정부의 승률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13. 본래 자본가/부자를 위한 정책이 이루어졌었으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시절), 점차 없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자본주의 제도에서 경제성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다시 '부자를 위한 분배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논리가 없이 등장하였다. 분명한 것은, 부자를 위한 소득 재분배가 전체 부를 증가시키지 않는다. 부자가 부자가 되면 가난한 이에게도 혜택이 갈거라는 trickle down 현상은 시장 그 자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야 한다. 더하여 가난한 이를 위한 소득 재분배가 오히려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14. 미국 CEO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기업의 이익, 과거의 CEO들, 일반 노동자들, 타 국가의 CEO들, 어느 집단과 비교해도 보수가 많다. 심지어 기업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유시장 주의자들은 경영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경영이 악화되어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CEO들은 높은 보수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강화하며 이사회와 회사를 잠식하며 시장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15. 개발도상국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펼칠만한 사회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다. 개발도상국으로 갈수록 자영업자의 비율도 높아지고, 사회 인프라가 좋지 않아 사업을 하는데도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사업을 통해 가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무하마스 유누스가 마이크로크레딧을 만들었다. 하지만 사업이 아닌 생활비 부족을 메꾸기 위해 사용되거나, 사업을 하더라도 해당 사업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정작 개인이 얻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아서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돌 영리하지 못하다. 우리는 각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커녕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도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의 합리적 행동이 이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일부러 제한적인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정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의 환경을 단순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는 세상의 복잡성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 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 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산업 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다. 교육은 우리가 믿는 것보다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중요하지 않다. 첫 번째로, 교육이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두번째로, 많은 업종에서 평범한 노동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하는 지식의 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제조업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높은 교육 수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비숙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수가 많아졌고, 기계가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대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자 나라의 경우 고등 교육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어야 한다.


18.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나쁜 것이 아니다. 사업가들은 결국 돈을 충분히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 수많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고충을 감수하고서라도 너도나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더하여 규제는 기업들이 개별 기업의 이익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부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를 강제로 취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노동자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모든 기업에게 강제로 노동자 교육을 시키게 하면 전체 노동력의 질이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된다.


19.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각 기업의 내부 계획과 정부의 다양한 계획이 합쳐진 고도의 계획 경제이다.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보다 더 계획적이다.


20. 기회의 균등이 평등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것을 사회 경제적 환경에 돌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자기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 또한 말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능력은 대부분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애초에 일자리를 잃는 것이 그 사람의 온전한 ‘가치’가 아니라 산업의 대세 변화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서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혁신이 가능하다. 선진국 중 가장 유연하다는 한국 시장은 높아진 고용 불안으로 인해 인적 자원을 재능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데 극적인 실패를 했다. 고용 불안이 높아지면 안정된 직종만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에는 재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복지 제도 규모가 작은 경제가 더 역동적이어서 많이 성장하리라는 것은 북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비교하면 이미 깨졌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복지 제도가 잘 마련된 경우 사람들이 변화에 더 개방적일 수 있는 여유를 줘서 산업 구조 조정이 쉬워지기 때문에 경제 발전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22. 금융 중심 비즈니스를 추구하던 나라(아이슬란드, 라트비아, 아일랜드, 두바이 등)는 경제 기적이 아니라 경제 어둠이었던 점이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제조업 대기업들조차 사실상 금융 기업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금융 산업 비중이 높았다. 이윤 대부분이 핵심 비즈니스인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업에서 벌어들였다. 금융 부문은 실물 경제보다 훨씬 빨리 성장해왔다. (파생 금융 상품 등) 금융 혁신의 결과로 실물 자산 위에 금융 자산이라는 빌딩을 끝없이 높게 쌓아 올려서 전체 건물이 흔들리게 되었다. 금융 발전이 자본주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지만, 모든 형태의 금융 발전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금융 자본이 경제 발전에 필수적이었던 이유는 산업 자본보다 훨씬 유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금융 자본은 생산을 저해하거나 심지어 파괴적일 수도 있다. 금융 자산은 엄청나게 유동적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서 재배치되는데 길어야 몇 분밖에 거릴지 않는다.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impatient’ 자본으로 단기간에 이익을 챙기려는 속성을 가진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불안해지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약화되어 경제 성장이 실질적으로 지체된다. 물론 금융의 존재 가치는 실물 경제보다 빨리 움직이는 데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속도 차이가 나야한다.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업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23. 좋은 경제정책을 위해 경제학 전공자가 필요한건 아니다. 사회 전반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본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장기 투자와 생산 구조를 바꾸는 기술 혁신이지, 이미 존재하는 구조를 팽창시키는 것이 아니다.

-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 하이먼 민스키


결론. 세게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1) 더 잘 규제된 다른 자본주의

2) 인간의 합리성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금융기관이 투명하지 않은게 아니라 인간의 정보처리능력의 부족이 문제이다.

3) 인간의 나쁜 면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면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한다. 물질적 부를 중요시하되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는 경제 시스템

4) 받아 마땅한 보수를 받도록 - 급여의 변화와 실질적 기회의 평등

5) 물질 만들기를 중요시

6) 금융과 실물의 균형 - 금융의 속도를 늦춰서 실물 경제에 도움을 주도록

7) 큰 정부 - 정부의 역할: 풍요, 평등, 안정적인 사회

8) 개발도상국에게는 지나치다고 여겨질만한 경제적 도움이 필요 - 그들이 억지로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도록 ‘정책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은 내 삶을 바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