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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Feb 12. 2018

안전감을 느끼는 시간

가평, 면회

친구와 함께 경기도 가평의 '현리'라는 곳에 다녀왔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 낯선 곳에 간 이유는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두 명의 친구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와 고민의 결이 조금 다르더라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안전감'을 느꼈다.



체인지메이커로 살려면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인식과 더불어 내가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안전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것을 고민해도 괜찮고, 무엇이든 시도해도 괜찮고, 비빌 언덕이 있으므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안전감은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위에 적은 '시도해도 괜찮다는' 안전감이다. 하고싶은 것을 하고, 그것이 꼭 직업이 아닐지라도 프로젝트 형태로 일을 벌려도 괜찮다, 그러므로 조금 용기를 내서 추진해보자는 마음이다. 나에게 아주 넘치게 (때로는 지나치게) 많이 있는 안전감이다.


두 번째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평가받지 않고,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안심하는 마음이다.

- 이런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을때, 돌려 말하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를 저격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왜곡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 '걱정 많은 애'하고 낙인찍히지 않고, 모든 사람이 여러가지 생각과 걱정을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으며

- 인생의 우선순위와 가치에 대해서 고민한 것을 서로 이야기하고 일상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얼마든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는 빨리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 남들보다 더 앞서나가야 한다, '나이가 ~살이면 이정도는 해야지', '여자 나이 ~살이면 많은거지' 하고 말하지만 세상의 기준을 벗어나 시간을 조금 버려도 괜찮다는 일종의 여유가 마지막 안전감이다.


나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안전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안전감'이라는 단어는 내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스트레이트로 8학기를 다니고 칼졸업하여 임관한 친구는 몇달 내로 전역을 앞두고 있다. 나는 2년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웠는지 생각해본다. 2년 전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오히려 더 불안전해졌다. 이전의 나는 안전감이라는 단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이제 안전감을 느끼는 순간은 훨씬 줄어들었고 아주 가끔 안전감을 느끼는 순간을 반복적으로 곱씹으며, 거기서 위로를 얻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함께 가평에 간 친구는 요즘 '세상에 기준이 없다'는 말을 했다. 작년 SBS 연예대상의 대상은 쟁쟁한 MC가 아니라 '미우새'의 어머니들이었다. 대상은 예능인이 수상해야 한다는 기준이 깨졌다. 대상은 개인이 수상해야 한다는 기준도 몇년 전 '무한도전' 팀이 단체로 수상하면서 깨졌다. 책 <일상기술연구소>에서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얘기한다. 내가 만드는 기준 안에서 안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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