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카페 지도
나는 매일 카페로 출근한다. 두 아이가 차례로 학교에 가고 나면, 집안에 평화와 안도가 몰려온다. 침대에 그대로 눕고 싶은 달콤한 유혹을 뒤로하고 책가방을 메고 동네 카페로 향한다. 이 시간에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하루 종일 집에서 늘어져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혼자 카페에서 하는 일은 많지 않다. 나는 내 정체성의 3할 정도를 전업 투자자로 여기기에, 각종 주식 계좌를 열어 보고 그날의 시황과 이슈를 확인한다. 단타는 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이기에 10분이면 충분한 일이다. 내 투자의 8할은 결국 멘털 다잡기와 기다림이다.
카페에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한 날이면 눈을 감고 5분간 명상한다. 누군가 들어오면 눈을 감은 채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조금 웃겨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반야심경>이나 법륜 스님의 책을 필사한다. 명상과 필사. 이 두 가지만 해도 오늘의 아침 미션은 완수한 셈이다. 그다음엔 책을 읽거나, 천천히 일기를 쓰고 글을 쓴다. 책은 그때그때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맘이 급하면 쿠팡에서 배송시킨다.
카페는 기분 따라 세네 곳을 돌아가며 방문한다. 어디에서 나를 특별히 불러주는 일은 없기에, 카페는 내가 스스로 만든 ‘갈 곳’이다.
어느 카페에 갈지는 그날의 날씨, 기분, 컨디션에 따라 정한다. 실용적이고 편안한 걸 좋아하는, 철저히 내 취향대로 고른 장소들이다.
1. 데이롱 카페
집 앞 5분 거리, 24시간 무인카페.
운 좋은 날은 아침 9시에 가면 아무도 없어 혼자만의 럭키비키를 누릴 수 있다. 주인 할머니가 자주 들러 매일 쓸고 닦고 하는 덕분에 무인카페지만 깨끗하게 운영된다.
고정 멤버들도 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덩치 큰 30대 남성과, 무언가를 끄적이는 또 다른 30대 남성. 늘 마주치는 멤버들이기에 이제는 통성명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주로 이곳에서 명상하고 필사하고 책을 읽는다. 가끔 어르신이 키오스크 주문에 어려움을 겪으면 내가 도와드리기도 한다. 나름 쓸모 있는 고객이다.
2. 메가커피
집에서 12분 거리. 1번 카페에 사람이 많을 때나, 조금 더 걷고 싶을 때 찾는다.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소형 프랜차이즈. 점장 아주머니가 유독 친절해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 난다. 운동을 끝낸 여성들, 세련된 차림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떡이나 빵을 나눠 먹어도 전혀 눈치 주지 않는 곳. 이곳에선 정겨운 사람 냄새를 느끼며 활력을 얻는다. 왕복하면 5천 보가 나온다.
3. 한스커피
빠른 걸음으로 15분 거리. 딱히 걸을 일이 없는 나에게는, 걸을 이유가 되어주는 고마운 장소다. 이곳을 다녀오면 만보는 찍을 수 있다. 알바 아주머니는 조금 쌀쌀맞지만 불친절하지는 않다. 조용해서 글이 가장 잘 써지는 곳.
다른 곳에서 커피를 이미 마셨다면 이곳에선 페퍼민트 루이보스티를 마신다. 다른 곳보다 좀 더 청량한 맛이다.
이렇게 나는 이곳저곳 골라 다니며 카페 생활을 즐긴다. 혼자 야무지게 노는 시간을 가져야 오후에 아이들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
혼자 노는 시간, 그 안에 나를 돌보는 힘과 작은 기쁨이 있다.
혼자 잘 노는 나, 이런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