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시절

by Celina
KakaoTalk_20250623_180655346_05.jpg


신용카드를 처음 만드는 날 나는 나의 소비내역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 봤다.


내게 신용카드는 이제 어른으로써 신용점수를 올리기 위한 수단이자 지출내역 분리를 통해 어느 곳에 얼마나 지출이 나가는지를 한눈에 보기 위함이었다.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온 ‘일인자’ 체크카드와의 결별. 이제는 1인 체제 없이 복수 체제로 굴러가기 시작한 나의 소비 내역.


문득 지출 목록을 작성하고 나누던 중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쓰던 20대 시절이 생각났다. 물론 금액이 큰 물건 앞에선 그때도 고민을 하고 돌아선 적도 많고 간간히 가계부를 쓰기도 했지만, 당장의 지출내역을 꽤나 자세히, 그것도 오랫동안 들여다 보리라 다짐을 한 적은 없었다.


날씨가 좋은 날엔 친구를 만나 맛도 있고 보기에도 예쁜 음식들을 먹으며, 간간히는 한 턱 내기도 했다. 오늘 우리가 보낸 즐거운 시간에 대해 나는 정말 기쁘고, 이만큼 널 생각하고 있다고 마음을 넌지시 건네는 것. 때로는 지갑이 가벼울 때에도 언젠간 부자가 되어 사랑하는 지인들에겐 물질적으로도 따뜻하게 베풀기를 바랬던 어린 날 내 부자의 꿈.


꽤나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간 바에서도 기분에 따라 선뜻 낼 수 있는 내 모습이나, 줄곧 나에게 그렇게 한 잔씩 사주는 친구들이 좋았다. 지금 돌아봐도 우리가 그날 밤 얼마를 썼던 간에 그 시간에 대해선 후회가 들지 않아. 엄마가 하는 말이 맞았어, 젊은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거든.


그렇게 아끼는 법도 잘 모른 채 나름의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며 살던 내가 사회로 나와 직접 돈을 벌어보니, 한 푼 한 푼이 소중해지는 순간이 왔다. 나의 돈만큼 소중한 타인의 돈, 얼마나 많은 고생과 고민이 담겼을까 하는 우려, 그렇기에 이것을 더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자연스레 들었다. 나에게든, 나의 주변 사람에게든, 필요한 곳에, 그리고 우리의 멋진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김승호 회장은 돈에게도 감정이 있다고 했는데, 내 돈에는 소망이란 감정이 묻어났으면 한다. 나를 떠난 순간부터 다른 곳에 가서도 그 소망의 씨앗을 무럭무럭 키워내 다시 나에게 오기를.


이미 물리적 나이로 어른으로 분류될 시기는 오래전 지나왔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더 흘러 진짜 어른이 되는 것 같은 요즘은, 괜스레 뿌듯하면서도 철없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립고 소중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간이 추억의 한 챕터가 되어간다는 건, 새로운 나에 대한 조우(遭遇)이자 지난날은 조용히 배웅해야 할 순간이 아닐까. 시계를 잡을 순 없으니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겠지만, 그때 느꼈던 마음만큼은 언제나 나의 일부로 남았으면 한다. 칵테일 한 잔에도 온통 내 세상인것 같던 그 기억은, 참을 일이 아주 많아질 어른의 나를 달래줄것 같아서.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생각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