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음

너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유지하고 싶은 항상성

by Celina
이강소.jpg


가끔 너는 생각이 없냐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너는 생각도 참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렇다. 나의 생각은 나의 의사나 판단과 상관없이 타인의 생각 아래 많거나 적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생각, 생각을 숫자로 환산할 수 있어? 그럼 내 생각은 몇 개길래 지금은 적고 지금은 많아? 물론, 그 말은 의인법이기에 지금 이렇게 생각의 개수를 묻는 나 자체가 생각이 많은 거겠지.


나는 생각이 좋지도 싫지도 않다. 앨런(James Allen)은 '우리는 오늘 우리의 생각이 데려다 놓은 자리에 존재한다'라고 했는데 좋지도 싫지도 않은 이 감정을 보면, 설마 나는 회의주의자인가? 그것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세상은 웃는 사람이 승자라잖아, 회의주의자여도 지금 웃으면 나 승리한 거야? 회의주의자의 승리는 무엇이며 인생에서 승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국,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는 ‘좋다’ 거나 ‘싫다’는 감정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을 성 싶다. 오늘 내 생각이 긍정적인 것들로 가득하기에 그 순간의 나를 참 마음에 들어 할 수 있지만, 내일 다른 일이 펼쳐진다면 그 모든 생각과 감정은 또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의 천사 같은 이 아름다운 생각이, 내일은 나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악마 같은 존재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 그게,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구체적인 사례 하나 없이 이렇게 추상적으로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끼고 있는 나를 보면, 이제 정말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 같았으면, “제 인생은 다를 거예요!”라고 말했을 텐데, 이제는 내 인생도 그렇게 다르지 않지 않나 하는 생각. 그래도 다시 한번, 매너리즘과 함께 회의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웃으면서 살아내고 싶은 마음. 그게 내 나름의 ‘승리’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 생각이 없던, 있던, 그게 그렇게 큰 상관이 있나 즐거우면 그만이지.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