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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Y Feb 13. 2020

나의 보스가 되어주세요, 봉 감독님

정확한 지시와 팀원들을 위한 배려는 성공을 이끄는 매력적인 리더의 덕목

어제 오스카 4관왕 소식에 우리나라 전체가 난리가 났다. 10년 전, 독일에서 카셰어링을 할 때 만났던 독일인 영화평론가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오~ 나 한국영화 진짜 좋아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정말 인상 깊게 봤어. 봉준호, 김기덕 감독도 좋아하는데..." 하며 신나서 떠들어 댔던 것이 생각이 났다.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의견을 묻는데 정작 나는 보지 않은 영화가 많아서 참 머쓱했다. 2010년만 해도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을 좋아하는 유럽 친구들은 소수의 오타쿠 같은 존재였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북에서 아님 남에서?라는 질문은 기본이고(사실 북한 사람들이 꽤 있긴 하다.) "나 나중에 도쿄 진짜 가보고 싶은데~!!" 이런 말을 여러번 듣는 경험을 피할 수 없던 때였다.(한국은 아는 것도 없고, 관심 밖이다 이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반응이 정말 신기할 수밖에 없었고, 알아봐 줘서 고마운 마음에 감동이 들 정도였다.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해서 레드카펫을 볼 때는 이랬다. 나는 한국인이니 당연히 한국 감독이나 배우들도 왔으려나 하고 아시안들이 레드카펫에 등장하기 시작하면 주목해서 보았다. 한창 경제 붐과 함께 크게 주목받았던 중국 감독 및 배우들, 이미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입지가 있고 사랑받는 일본 감독과 배우들은 있었는데 한국인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힘이 없으니 작품이 주목받을 일도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틸다 스윈튼의 멋진 모습을 보고도 그 추운 겨울날 화려한 레드카펫을 보며 괜스레 풀이 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기생충의 세계적인 영화제 수상 싹쓸이는 작품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1.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창 고조된 시점, 2.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주최 측의 의도, 3. CJ에서 엄청나게 공을 들인 홍보 전략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잘 융합되어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봉준호 감독의 입담과 태도는 전 세계인들이 빠져버릴 수밖에 없는 매력을 과시하며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경험상 문화와 언어가 서로 달라도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마음으로 느끼고 알아보는 것 같다.) 사실 이제까지 보통 사람들처럼 인터뷰 장면이나 수상소감 등만을 본 정도로 얕게 알고 있었는데, 어제 MBC에서 아카데미상 수상 기념 봉준호 감독을 특집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럴 수가.. 어쩜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지? 알면 알수록 매력이 터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그것을 보며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리더로서 엄청난 자질들을 다 가지고 있어서 ",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으며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봉준호 감독에게서 발견한 뛰어난 리더의 5가지 자질들



1. 의도한 바를 정확히 이해시켜주는 "봉테일"

2. 함께 길~게 갈 수 있는 "밥때 지켜주기"

3. 화합을 이끌어 내는 남을 위한 "배려"

4. 하라고 하는 대로 다 해주고 싶은 "예쁜 말"

5. 존경심을 가지게 하는 "겸손함"



1. 의도한 바를 정확히 이해시켜주는 "봉테일"

: 리더가 명확한 그림을 제시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업무와 연관된 인원들이 많을수록 정확한 지시는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봉준호 감독은 디테일한 시나리오와 스케치를 직접 일일이 묘사해 함께했던 스태프들은 하나같이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내기 편했다고 한다. 이렇게 가시적으로 남는 자료들은, 리더가 중간에 말을 바꿔 혼란에 빠뜨리고 반복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것을 방지 해 주기도 한다.(다들 나도 모르게 내가 겪었던 고충 하나씩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2. 함께 길~게 갈 수 있는 "밥때 지켜주기"

: 조직에서 길게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일하기 좋은 곳이라는 징표이다. 식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은 물론,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지난날, 수없이 야근을 하며 아예 저녁을 거르거나 과자로 때우던 날들이 종종 있었다. 야근 수당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서 저녁을 툭하면 거르고, 점심때도 회의하느라 식사를 허둥지둥할 때가 잦아졌다. 하나둘씩 건강이 좋아지지 않았고, 내가 이렇게 밥도 못 먹으면서 일하는 게 서럽기도 하고, 이게 과연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한 팀원들은 우리가 한낱 회사를 위해 정신없이 돌아가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팀원들은 하나둘씩 떠나갔고, 그 팀을 담당하던 이사님은 회사 내에 좋지 않은 상사로서의 오명이 널리 퍼졌다.


3. 화합과 충성심을 이끌어 내는 남을 위한 "배려"

: 어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가 티브이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수년간 무명으로 지냈던 자신이 드디어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함께 하게 되어 이제야 효도를 하는 줄 알았더니,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개봉 전에 돌아가실 정도가 되어 결국 못하게 되는 것 같아 매우 슬퍼졌다고 했다. 개봉 전 영화에 대해 엄청나게 기밀을 강조하는 봉 감독은, 그와 그 아버지를 위해 개봉 전에 그들만을 위한 상영회를 열어주어 평생 잊지 못할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밖에도 봉 감독의 배려에 대한 미담들이 매우 많다. 리더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랫사람들도 따라 하게 된다. 작품을 만드는 내내 다들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니 세상에 리더가 좋으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싶다.


4. 하라고 하는 대로 다 해주고 싶은 "예쁜 말"

: 보통 상사가 밑에 사람이 실수했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만큼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하는 것 같으면 보통 찡그린 얼굴로 한마디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언제나 "잘했어, 2%만 더 끌어올려해 보자.", "이번에도 잘했어. 이제부터는 조금 다르게 가 볼까?" 이런 화법으로 봉준호 감독은 절대 지적을 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배우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 최선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런 리더를 누가 따르지 않을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잘해보자 하는 스스로의 동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5. 존경심을 가지게 하는 "겸손함"

: 수상소감에서 정말 유명한 장면은,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우레와 같은 찬사가 돌아가도록 한 것과, 함께 수상 후보에 오른 감독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다른 후보 감독들과) 5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하며 모두에게 훈훈함을 안겨준 것이다. 그것을 본 전 세계인들이 감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각 배우들의 이름을 호명하거나, 칸 영화제에서 무릎을 꿇고 송강호 배우에게 트로피를 바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가 누가 봐도 주목받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도, 자기를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앞에 내세우며 낮은 자세로 섬기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렇게 두루두루 좋은 리더로서의 면모를 갖춘 봉준호 감독은 그 어느 회사나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더라도 직원들 모두가 행복하고,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낼 것이라 생각된다. 수많은 리더들이 이것을 배우고 자신이 속한 곳에서 적용해 보았으면 좋겠다.


by 이버티(Berty Lee)


[사진: Al Seib / Los Angeles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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