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미 군수화물 유치 활동과 그 후

오키나와 미군수지원사령부 방문기

by 청안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내 출장마저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해외 출장도 완전히 정지되어 버린 상황인지라 화상 회의를 통해서 간신히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휴가 기간이 꽤 남아 있어도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것이 신경 쓰이는지라 주말을 끼고 삼사일 정도 집에서 가까운 곳을 배회하는 정도로 대신하고 있다. 이렇게 토막 휴가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긴급히 연락이 왔다.
차관급의 초대 청장으로 재직하셨던 B 전 청장께서 당일 새벽에 일흔여덟의 일기로 별세하셨다며, 서울에 장례식장이 마련되었는데 상경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 중에는 상당수가 은퇴했거나 본청 인사이동으로 지금 같이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장지가 어디인가 물어보았다. 마침 전남 장흥군에 있는 선영이라고 하여 장례식장에 가는 대신 장지로 가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장흥군 사자산 중턱의 선영에서 영면의 자리에 들어가시는 것을 지켜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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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B 전 청장님은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삼 년쯤 지났을 즈음에 어느 지인을 통해서 폐암 4기 판정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주변에서는 모두 안타까운 마음으로 쾌차를 기원하였다. 아무튼 그로부터 칠 년 정도 지나 비보를 듣게 된 것이다.
B 청장님은 덕장이라고 일컬을만한 인품을 지닌 분이었다. 개인적으로 꼬박 여섯 해를 모셨는데 어떤 경우에도 낯을 붉히는 법이 없었고 직원들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도 알기 쉬운 설명으로 납득을 시키곤 하셨다. 근무하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여기서 한 가지 소개해 볼까 한다. 원래 B 청장님은 교통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주미대사관 해무관, 해운항만청 국장, 해양수산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했고, 90년대 말부터 OECD 해운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하여 항만물류분야에 특히 해박하셨다.


일본 도쿄&오키나와 IR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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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일본의 도쿄와 오키나와를 묶어서 IR 활동을 전개한 바가 있다. 참가자는 B 청장님을 단장으로 홍보담당 H 씨, 일본담당이었던 나를 포함하여 세 사람이었다. 항상 그렇듯 우리의 해외 출장 목적은 외국 유망기업의 투자 유치나 광양항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유치를 위한 현지 설명회 추진이었다. 이 기간 동안에 도쿄도청 항만국, 일본 국제관광진흥기구(한국관광공사에 해당), NYK(일본우선공사)를 방문하여 협력방안 모색함은 물론, 제조업체 E사, A사 등 7개사를 방문하여 투자 유치 상담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일본해사신문 등 물류 전문 언론기자들을 대상으로 광양만권으로 진출 시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설명회도 개최하였다. 참여했던 6개 언론사별로 광양항의 개발방향에 대한 기사 게재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도쿄에서 항공편으로 오키나와로 날아가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수지원사령부를 방문하여 군수지원 사령관과 군수장교단을 대상으로 광양항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을 실시하였는데, 이는 미 군수화물유치를 통하여 광양항의 활성화 기하고자 함에 있었다. 국내에 유입되는 미군의 전략 물자 반출입과 수리기지로 항만 배후지에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설의 입주가 고용 창출과 항만 물동량의 증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 것이다.
방문한 시점은 마침 수송사령관의 이·취임식이 있어서 우리도 이 자리에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취임식이 끝나고 영내에서 꽤 괜찮은 오찬도 제공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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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광양항을 포함하여 광양만권의 산업단지 개발 계획 설명과 군수화물 이동 시 광양항 이용에 관한 협의를 하였다. 그 결과는 광양항 이용에 따른 하역(Loading) 시간, 한국의 철도수송과 관련한 답변을 위하여 수송선의 기초자료를 입수하였고, 수송 차량의 자동세척기 도입 문제 등도 논의하였다. 그리고 미군수송지원사령부의 질의에 대하여 지속적인 연락 창구 개설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관계자가 광양항을 견학하기로 약속하였다.
5박 6일간의 동선이 길어서 이동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빡빡한 일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B 청장님은 거뜬히 일정을 소화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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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지원 사령관과 군수장교단을 대상으로 광양항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끝내고 기념촬영


그런데 이 일본 출장을 가기 6개월 전에 광양항에서 미군 특수 훈련용 차량과 중장비 등 547대의 물량을 광양항을 이용하여 수송을 실시한 바가 있었다. 이 결과를 가지고 부산항과 광양항을 이용 시 각각의 화물 통관시간을 실제로 확인해본 결과, 광양항을 이용했을 경우가 20시간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당시 부산신항이 개항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부산항에 접안 시까지 체선시간*이 너무 길어 선사나 화주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었고 신속히 부산 신항을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높아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신속히 해소하는 방안으로 광양항의 활용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호의적인 답변을 가지고 돌아와 우리는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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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선(滯船) : 선박이 항만에 입항하는 즉시 접안하지 못하고 12시간 이상 접안을 위하여 해상에서 대기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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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없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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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MSC) 사령관이 광양항을 방문해 항만 물동량 처리와 개발 현황 등을 청취하고 돌아가자 지역에서는 광양항 컨테이너 전용 부두에 미군 정비창(수리창) 유치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B 청장님은 주한미군 군수 카고를 취급하는 항만은 안전도 등 항만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화물이나 선사 유치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유치에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광양만권 범시민 대책위원회가 출범하여 광양항을 무역항이 아닌 군사항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냐며 적극 반대에 나섰다. 미군 정비창 유치계획은 결국 주민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끝났다. 만약 미군 화물을 유치했다면 미군 1인당 연간 화물 3.5 TEU(1 TEU = 20FT 컨테이너 1개)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미군 정비창에 대한 지역민들의 오해가 낳은 문제로 생각되지만, 광양항에서 각종 특수차량 등의 수리와 하역작업, 급유, 본선 수리, 주부식과 식수 공급, 접안료, 예도선 비용 등 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되었으나 미군물자 취급을 포기한 지금, 중국 항만들의 급속한 개발과 대형화로 당초 기대했던 광양항으로의 수출입 환적 물량이 대폭 늘지 않고 답보 상태인 점을 생각하노라니 새삼스럽게 B 청장님의 항만 발전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과 주장 등 평소의 지론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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