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날

by 청안

시집가는 날


아득한 솔바람 숲이

긴 그림자 드리울 때부터

공간은 항상 무언이었다


붓들은 외로움을 누르고

조용히 흐느끼며

천위에서 하얀 춤을 추었다


가을빛 지리산을 담은

타오르는 등성이처럼

어느 날 손붓이 낳은 붉은 우산


산새들의 숲을 나와

세월 우묵하게 내려앉은 우산이

장하고 시집을 간다

님을 따라 붉은 산이 시집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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