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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Nov 28. 2024

작은 꽃이 웃는다

작은 꽃이 웃는다


꽃 하나,

하늘이 눈부시도록 청아한 시월의 어느 아침이었다. 출근으로 분주한 시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순간 향기로운 공기가 상큼했다. 금목서가 개화했다. 저 작디작은 꽃 속에 이토록 진한 향을 품을 수 있을까. 금목서의 존재를 강력하게 인식하였다. 이 향기는 세월이 흘렀어도 언제 어디서나 시간 저편에 숨어 있다가 은근히 다가와 아는 체 했다.


꽃 둘,

기온은 늦가을의 정취를 가득 머금고 나날이 하향곡선을 그려냈다. 나는 습관처럼 수변공원을 산책 삼아 두어 바퀴 돌았다. 걸으면서 보니 강변에 피어있는 철 지난 개망초가 눈에 띄었다. 한여름 동안 지천에서 산들바람에 어깨춤을 추다가 지금쯤 이듬해를 기약하며 대지에 씨앗을 뿌리고 자연으로 되돌아갔어야 할 한해살이 들풀. 용케도 꽃을 피워냈구나.

입동이 코앞인데 씨앗이 제대로 영글 수 있을까? 밤기운이 차갑지만 꼭 해낼 수 있을 거다. 아직 한낮 태양의 기운이 제법 남아 있으니 남녘하늘 아래라면 영그는 시간정도는 충분하리라.


꽃 셋,

겨울초입의 단풍이 절정을 넘어간 자리. 불빛이 흔들거리는 항도의 한 길목에서 나를 향해 서둘러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꽃 향기를 품었고 그의 언어는 생의 간절함이 응축된 미래를 노래하였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줄곧 작은 꽃이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은 몸짓, 세상을 향해 발산하는 긍정의 힘은 분명 행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선으로 작용하리라. 작은 꽃이 피어난다. 웃는다.

작은 꽃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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