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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우 Aug 21. 2019

다도해 유랑 (多島海流浪)

섬과 섬은 서로 징검다리가 되어


모처럼 서남권 섬 유랑에 나섰다.

일주 코스의 시작은 해남 대흥사. 대흥사 주변은 아득하고 편안하게 어린아이를 품은 엄마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산들이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시선을 붙들고 놓아 주려하지 않는다.


대흥사 앞마당의 호젓한 연못


아쉬운 마음을 추스르고 발걸음을 남쪽으로 돌려서 땅끝 마을에 이르러 허기를 달래려고 횟집에서 신선한 물회 한 그릇을 비우고, 땅끝 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30분간 파도를 가르며 달리면 닿는 섬, 노화도 산양진항에 내려 자동차로 노화도에서 연도교(連島橋)를 이용하여 보길도에 입도한다.


보길도에 자리한 땅끝 전망대


보길도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로 명성을 얻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잠시 문학관에 들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를 만나본다.
봄과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고산의 신산했던 인생의 고비 고비마다 보길도는 그 마음의 안식처로서 적지 않은 역할을 톡톡히 하였음을 느낄 만큼, 그것을 대변해 주는 공간들이 섬 곳곳에 산재한다.
보길도의 땅끝 전망대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고산은 얼마나 많은 사색과 고뇌를 거듭하였을까. 그의 이력을 통해 타협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더 세움으로써 스스로를 고립무원으로 이끈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노화도로 다시 건너와 이번에는 동천항에서 배를 타고 완도항에 이르러 남해 앞바다 여러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완도타워에 올라가 원근 바다를 조망하며, 이곳이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라 불리는 이유를 누군가의 설명이 없어도 자연히 깨닫는다.


완도타워와 장보고의 정열을 기리는(?) 꽃밭

완도 본섬에서 신대교를 건너면,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품은 신도 다도해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신도에서 장보고대교를 건너면 고금도 묵묵히 기다린다. 수년 전, 오뉴월에 이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낯선 해안의 풍경에 푹 빠졌던 생각을 하면서 고금도에서 강진 마량항으로 건너가기 위하여 고금대교를 지나가는 데, 대교에 걸린 황혼 녘 노을이 긴 하루의 여정을 내려놓듯, 바다가 너울너울 춤추며 붉게 물들어 간다.


완도타워에서 내려다 본 남녘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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