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취준생의 마음
다음 주 졸업식이 끝나면 나는 좋게 말하면 취업준비생, 실제로는 백수, 엄마의 말을 빌리면 놈팽이가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바람은 좋은 직장에 취업해 졸업식에 원치 않게 못 가거나 '회사에서 졸업식 다녀오라고 하루 빼줬어' 하며 학사모를 쓰는 거였다. 그런데 그러질 못해서 죽도록 가기 싫었다. 차라리 혼자 집에 있고 싶다는 내 말에 5년간의 대학생활을 그렇게 마무리할 거냐는 친구의 충고가 아니었다면 집에 누워서 폰이나 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졸업식에 가기로 마음먹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기쁜 마음으로 내 대학생활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취업, 취업거렸던건 아니다. 대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원하는 거라면 돈 못 벌어도 좋아!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현실(그 현실이라는 기준을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에 찌든 선배 언니오빠들을 보며 '나라면 원하는 걸 할 텐데'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였지만 지금은 내가 그 언니오빠가 되어있다.
사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나도 정말 궁금하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저학년 시절에는 내 미래에 대해 생각도 많이 했고 구체적으로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다. 너무 많은 생각을 했던 탓일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이런 고민의 날들이 계속되면서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기도 했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밖에 나가기를 좋아해서 매일같이 늦게 귀가했던 내게 자취방은 '잠만 자는 곳'이었지만 이젠 다른 의미의 '잠만 자는 곳'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사람들도 만나기 싫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정말 누워서 잠만 잤고 다시 후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거나 그리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학원도 다녔고 영화도 많이 봤고 어떻게든 학교에 지원서를 써내 한 달간 상해에도 다녀왔다. 상해에 도착하고 첫날밤에는, 스스로가 신기하기도 했고 대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도피라고 하지만 도피면 어떻고 도피가 아니면 어떤가. 어쨌든 무언가를 했고 그건 한 발짝 움직였다는 거니깐. 그 한 발짝이 앞으로 간 건지 뒤로, 혹은 어느 방향으로 간 건지는 모르겠다. 내 목적지 또한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지만 목적지를 찾아가는 중일 것이다.
너무 두루뭉술해서 합리화하는 기분도 들긴 한데 어쨌든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작가 신청도 했었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고 나는 이 과정이 나름대로 놈팽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하는 게 없어 보여도 우리는 친구를 만나서 놀기도 하고 또한 공부도 열심히 하며 적성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원서도 쓸 것이다. 취업하면 더 힘들다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하지도 않은 지금이 더 싫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언젠가 일을 하거나 지나가버리면 다시 느끼지 못할 이 시간을 오롯이 사랑해주어야겠다.
마무리가 이상하지만 결론은 이런저런 모든 취준생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