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 디자이너의 첫 연말 회고
*2020년 12월 30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1월 2일. 2020년의 시작을 새로운 회사에서 하게 되었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잘한 일도 있었지만 아쉬운 일도 있었다. 첫 회고를 적어본다.
퇴사 후 약 2주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1월 2일, 아이포트폴리오에 UX/UI 디자이너로 첫 출근을 했다. 'Transform the way people learn and teach English'라는 미션을 가지고 직접 개발한 디지털 학습 플랫폼으로 옥스포드 대학출판부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글로벌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깔끔한 사무실과 모션 데스크, 시디즈 의자 덕에 편안한 업무 환경과 맥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고, 모든 직원이 맥북을 사용해서 연결성이 좋다. 무엇보다 열정을 가지고 열린 자세로 일하는 구성원과 이들을 신뢰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임원분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입사 후 회사의 제품과 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위해 주어진 업무는 3가지였다.
첫 번째, MDR 게임 디자인. 리딩앤의 핵심 기능인 MDR(Multi Dimension Reading)의 다섯 단계 중 1단계와 5단계의 GUI Theme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새로운 출판사가 들어올 때만 작업이 있어서 빈도는 낮다. 입사 초기에 비교적 가볍게 수행하며 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마케팅 콘텐츠 디자인. 이것도 빈도가 낮은데 마케팅팀에서 진행하는 리딩앤 관련 이벤트 페이지를 디자인하며 우리 제품의 콘텐츠와 판매 방식을 파악했다. 지금은 담당 디자이너가 맡아서 진행한다.
세 번째, 디자인 라이브러리 정리.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했던 작업이다. 당시 사용하던 스케치의 심볼들을 분류해서 라이브러리로 모으고, 모은 심볼들을 다시 각각의 스케치 파일의 심볼들과 교체했다. 그후 모든 심볼의 네이밍 규칙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모두 수정했다.
올해는 디자인 시스템 구축과 디자인 프로세스 정립 등 기반을 다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내년에는 유저 인터뷰 등 UX 개선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올해 초에 피그마라는 툴을 접하고 스케치에서 피그마로 이사하는 걸 고민했었다.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다. 피그마는 '실시간 협업'이라는 강력한 기능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이전까지 사용하던 스케치를 버리고 간다는 건 모험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계시던 책임 디자이너님을 설득하여 먼저 한 달 동안 스터디를 해보기로 했다. 가장 큰 걱정은 스케치와 동일한 플러그인 지원 여부와 스케치 파일을 가져올 때의 호환성 문제였는데, 다행히 대부분의 플러그인을 지원했고 스케치 파일을 가져오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피그마로 이사를 시작했다.
철저한 스터디와 설득 과정을 거쳐 이사한 지금은 그때 결정이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시간 협업 기능으로 디자이너와 마케터, 개발자가 함께 화면을 보며 빠르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되었고 컴포넌트 수정과 사용이 훨씬 유연해졌으며 많은 것이 전보다 좋아졌다.
그동안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관되지 않거나 한 곳에서만 사용되는 UI들이 생겨났다. Sketch 파일마다 개별적인 컴포넌트를 사용하고 있었고 개발자가 개발할 때도 페이지마다 다른 버튼, 컬러 등을 사용하여 비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디자인이 실제 서비스에 다르게 반영되는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그때 계시던 책임 디자이너님이 디자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깨닫고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었고, 그걸 물려받아 컴포넌트를 정리하고 피그마로 옮기며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피그마로 옮기는 과정은 따로 글로 남기고 싶을 만큼 정말 쉽지 않았다.)
하반기에 리딩앤의 웹과 앱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디자인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잘 설계된 디자인 시스템은 일관성 있는 서비스로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디자인과 개발의 얼라인을 맞춰 핵심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 준다.
하반기에 리딩앤 웹사이트와 앱 일부를 개선했다. 웹사이트는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상품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리딩앤 소개’와 ‘상품 구매’ 페이지를 개선했고, 앱은 헷갈리는 플로우와 디자인으로 문제가 있는 ‘플레이리스트(오디오북)’의 사용성을 개선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글로 풀어볼 계획이다.)
전에 계시던 책임 디자이너님이 건강 문제로 퇴사하면서 새로운 디자이너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면접자로서의 경험밖에 없기 때문에 면접관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 우리와 결이 맞는지를 잘 판단할 수 있을지, 어떤 질문을 해야 좋은 질문일지 걱정을 많이 했다. 면접 관련 글을 많이 찾아봤다. 결과적으로는 디자이너로 일하다 PM으로 전환하신 수석 디자이너님과 함께 총 여섯 번의 면접을 진행했고, 좋은 지원자를 채용하게 되었다.
좋은 글을 쓰려면 글쓰기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고 한다. 글쓰기 근육은 특히 디자이너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디자인은 끝이 없는 설득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모호한 생각이 구조적으로 정리가 되고, 다른 사람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지식을 얻었는데, 나도 내 경험을 글로 남겨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은 나의 성장을 위해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쓸 계획이다.
내가 계속해서 쌓은 정보의 양에서 어느 순간 삐죽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번뜩이는 감각과 영감은 절대 지속되지 않습니다.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광혁 디자이너, ‘애프터 컬처’ 대표
작년 말, 어느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월별 회고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고 있다. 글쓰기가 처음이라 어색한데 회고마저 처음이라 길잡이가 필요했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수행한 작업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내가 얼마큼 성장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작고 소모적인 성격의 일회성 업무는 제외하고, 의미있고 기록할 가치가 있는 작업을 기록하고 있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책보다는 출퇴근길이나 쉴 때 스마트폰으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아티클을 많이 읽게 된다. 일을 시작하고 스무 살 때부터 아티클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크롬 즐겨찾기에 보관하다가 올해부터는 노션으로 기록하고 있다.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기록을 하고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글은 요약정리까지 하고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아이북랜드를 통해 책을 읽던 것 말고는 책과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것 같다. 1년에 한두 권 정도 읽어왔던 것 같은데 디자인에 관한 지식과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독서량을 늘려보려 한다. 마침 기록하기 좋은 노션이 있어서 읽은 책과 읽고 싶은 책들을 기록하고 있다. 아무래도 디자인 관련 책들이 많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거의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편한 자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접 가서 보고 듣는 현장감을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회사의 지원을 받아 2개의 행사에 참여했고, ‘Wanted Con. Creative & Design : 디자이너의 성장’은 동료 디자이너들과 함께 보며 의견을 나눴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온라인 콘퍼런스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Wanted Con. Creative & Design : 디자이너의 성장
아직 다 못 봤다. 내년에 틈틈이 시간을 내서 동료 디자이너들과 같이 볼 예정이다.
SPECTRUM CON DESIGN WEEK 2020
각 세션이 1시간 30분 정도로 긴 편이라 관심 있는 세션들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 보면서 내용을 정리하는데 분량이 많아서 쉽지는 않다. 다른 일 하면서 가볍게 들을 계획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를 보고 나면 왓챠에서 평점을 매겼다. 왓챠플레이가 출시되고 나서는 4,9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서 많은 영화를 봤다. 몇 년이 지나 올해는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더 많이 봤다. 한번에 2시간씩 집중해서 보는 것보다 짧게는 30분에서 길면 1시간 내외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찾게 된 것 같다. (집중력이 떨어졌나 싶다.) 아무래도 넷플릭스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처음엔 큰 관심이 없었는데 다들 킹덤이 그렇게 재밌다고 하길래 옛날에 재밌게 봤던 워킹데드도 생각나고, 국내에서 고퀄리티의 좀비물을 만들었다고 하니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그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영상 콘텐츠 소비량이 증가했다.)
이제는 서로 비슷해진 디자인들 안에서 한 칸을 채워내는 콘텐츠가, 그 콘텐츠를 구성하는 글이 중요해졌다. 알맞은 상황에 적절하게 배치된 텍스트는 단순한 텍스트 그 이상의 힘을 가진다. 비슷한 상품을 팔더라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구매전환율은 확연히 달라진다. UX Writing은 제품 내에서 사용자가 명확한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여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내년에는 디자인 시스템에 UI Text Guidelines를 추가할 예정이다.
디자인을 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디자인 개선을 통해 뭐가 나아졌지?
개선한 디자인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고,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진행한 ‘상품 구매’ 개선은 디자인 개선 외에도 마케팅 활동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여 정확한 판단은 어렵겠지만 기획 단계에서 목표로 세웠던 메인 상품 외 다른 상품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체 상품 매출액 약 73% 증가)
정확히 디자인 개선의 어떤 요소가 매출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매출이 상승했으니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개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은 웹뿐만 아니라 앱에서도 디자인을 개선한 후에 어떤 수치가 어떻게 왜 상승했는지를 파악하여 문제가 잘 해결되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아래 2가지를 해내는 것이 내년 목표다.
데이터 기반으로 디자인하기
데이터로 성과 측정하기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만큼 만족할 만한 뿌듯한 느낌은 좀 부족하지만 내년의 실질적인 디자인 개선을 위한 기반을 잘 다진 것에 만족한다. 내년에는 조금 더 힘을 내서 초심으로 돌아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많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사실 올해 개인 웹사이트를 만드는 게 큰 목표였는데 깃헙에 세팅하고 디자인 초안만 만들고는 회사 업무와 다른 일들로 인해 완성하지 못했다. 이유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드는 노력을 디자인 역량을 키우는 데 더 투자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션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길래 살펴보니 제작이 간단하고 디자인도 깔끔해서 좋았다.
그래서 노션으로 빠르게 만들었다.
https://www.besigner.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