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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석 Dec 31. 2021

2021년 회고

성장에 대한 아쉬움이 남은 한 해를 돌아보며

1년이 참 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느리게 가기도 하고 빠르게 가기도 했다. 좋은 일도 있었고 힘든 일도 있었다. 힘들 때는 몸이 힘든 것보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많은 한 해였지만 잘 견뎌냈다.


올해도 1년 동안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성장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나름대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기 위해 글을 써본다.





1. 브런치 작가 되다.


8주 동안 매주 1개씩 글을 쓰고 인증하는 '콘텐츠 챌린지'를 동료 디자이너분이 알려주셔서 참여하게 되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보증금을 걸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니 동기부여도 되고 꾸준히 글을 쓰게 된다. 11월 28일에 시작해서 중간 정도 왔는데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챌린지 참여와 동시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회사 디자인팀용으로 신청했을 때 떨어진 경험이 있어서 당연히 안될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돼서 놀랐다.

지금까지 콘텐츠 챌린지를 통해 쓴 글은 이 글을 포함해 5개다. 6주 동안 딱 한 번 놓쳤다. 나름 열심히 쓴다고 썼지만 크게 도움이 될지 모를 글을 생각보다 많은 분이 봐주셔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됐다. 더 좋은 글, 더 유용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내년에는 더 많은 챌린지와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다. 온라인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혼자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보고 배우는 게 많고, 동기부여도 된다. 힙서비든 힙데비든 다양한 챌린지와 커뮤니티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2. 발전하는 디자인 시스템


작년 1월부터 구축하고 있는 디자인 시스템이 속도는 더디지만 조금씩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다른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지만 개발자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많이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에 Input 컴포넌트를 개선했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이슈들이 있어서 2주 정도 고생했었다. 관련해서 내년에 글을 써보려고 한다.

디자인 시스템 덕분에 하반기에 만들고 있는 새로운 제품의 작업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디자인 시스템 컴포넌트를 활용해 화면을 구성하니 유저 플로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시간도 단축되었다. 디자인 시스템 구축 초중반에는 과도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지고 일관성과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연말에는 피그마 커뮤니티에 디자인 시스템을 공개하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다. 다른 업무가 바빴고 새로운 컴포넌트가 계속 추가되면서 외부에 공개할 만큼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리가 많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꼭 공개하고 싶다.





3. 사용자 이해하기


데이터

올해 목표 중 하나는 '데이터 기반으로 디자인하기'였다. 아쉽게도 여러 우선순위에서 밀려 하반기가 되어서야 맛보기 정도만 하게 됐는데 내년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하는 경험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먼저 어떤 데이터를 추적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 사용성을 개선하고 지표를 상승시킬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사용자 관찰 조사

회사에서 약 1년 여간 운영했던 오프라인 영어코칭센터에 방문하여 사용자 관찰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업데이트한 기능을 잘 사용하는지 살펴보고 어디서 불편함을 겪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대략 6~10세 정도 되는 아이들이 주 사용자였는데 성인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저 인터뷰 방법을 조사하고 방문했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유저 인터뷰 규칙 (번역체 주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사람이 있으면 아이들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꼭 알아야 할 사항만 설명하세요.      

아이에게 등급을 매기거나 평가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 좋습니다.      

리서처를 편안하게 느끼도록 좋아하는 게임이나 애완동물 등에 관해 물어보며 마음을 열도록 하세요.      

모호한 질문은 피하세요.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메모 대신 촬영이 좋습니다.


오프라인 영어코칭센터는 일반적인 학원과 다르게 아이들이 친구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선생님과 영어책을 함께 읽으며 역할극도 하는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영어를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를 붙잡아 놓고 인터뷰하기보다는 가볍고 친근하게 대화하며 지켜보는 형태로 진행했다. 피그마 프로토타입으로 테스트를 시도해보기도 했는데 실제 앱과는 거리가 있는 프로토타입의 한계로 아이들에게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실제 사용자를 만나서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4. 커리어에 대한 고민


몇 년 전부터 늘 하고 있는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사용자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조직 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과정들이 재밌고 나름 잘 해내는 것 같다. 그래서 UX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다. 고객을 깊게 이해하고 싶다.

현재 회사에서 UX 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UI 디자인의 비중이 더 크고 상황에 따라 마케팅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다양한 능력을 갖추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어필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 않다. 회사 안에서도 내가 원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거나 커뮤니티 활동 등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5. 독서와 문화생활


독서

1년 동안 책을 꽤 많이 읽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해가 아니었나 싶다. 내년에도 꾸준히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기록은 이곳에 남기고 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별 다섯 개를 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언바운드 세 권이다. 다른 책들도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았지만 이 세 권을 통해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을 배우기도 했고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브랜딩 할지 고민해보기도 했고 마인드셋을 정리할 수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 왓챠와 넷플릭스

매달 왓챠와 넷플릭스에 내는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1년 동안 평가한 작품 수를 보니 본전은 뽑은 것 같다. 올해는 독서에만 집중하려는 마음도 있었는데 영화를 좋아해서 틈틈이 봤더니 꽤 많이 본 것 같다.


뮤지컬과 콘서트

코로나로 인해 콘서트를 가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었는데 좋은 기회와 타이밍으로 여자친구와 함께 5월 생일에는 뮤지컬을, 10월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인생 첫 콘서트를 가게 되었다. 뮤지컬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가창력이 몰입감을 줬고,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뮤지컬 시카고
2021 SOMEDAY THEATRE LAST CANTABILE

나는 곽진언, 김동률, 정준일처럼 음색이 좋고 노래를 직접 쓰고 부르는 가수들을 좋아하는데 콘서트에 꼭 한 번 가서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10월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예매를 했다. 극장 내 거리두기와 인원 제한 때문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첫 번째 순서로 나온 정준일은 듣던 대로 노래를 정말 잘했고 더 오래 듣고 싶었다. 이때가 대략 오후 1시쯤이었는데 가수들에겐 거의 아침 7시에 노래 부르는 느낌이라 목이 잠겨 미안하다고 했다. 목이 잠긴 것 같진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웃겼다. 말주변이 좋진 않았지만 나름 재밌었다.

마지막에 나온 넬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너무 좋았다. 김종완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노래를 잘했고 밴드 사운드도 좋았으며 '시간을 걷는 시간' 밖에 몰랐던 내게 새로운 좋은 노래들을 많이 알게 해 주었다. 티켓 가격이 보통 10만 원이 넘는데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코로나가 빨리 해결되어 콘서트도 많이 하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녔으면 좋겠다.





6. 2022년 목표


올해는 인풋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아웃풋을 많이 내고 싶다. 책도 꾸준히 읽고 글도 꾸준히 쓰고 여러 프로젝트도 해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세운 목표는 7개다.


1. 신규 프로젝트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하기

1월에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한다. 아직 불완전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고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기여하고 싶다.


2. 챌린지 또는 커뮤니티 활동 2개 이상 참여

콘텐츠 챌린지에 참여한 경험이 좋아서 내년에는 디자인이나 데이터 관련 챌린지에 참여해보고 싶다. 회사 안에서뿐만 아니라 회사 밖에서의 성장이 나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3. 브런치 조회수 50,000, 구독자 100명 달성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고 조회수는 약 3,000이다. 글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고 필력이 좋지 않음에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것과 부족한 글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년에도 꾸준히 더 알찬 글을 쓰고 싶다.


4. 한 달에 최소 한 권 이상 책 읽기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1월이 되면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기계발비로 대량 주문할 계획이다. 올해 18권을 읽었으니 내년엔 20권 읽는 게 목표다. (다독보다 정독을..!)


5. 피그마 커뮤니티에 디자인 시스템 공개하기

대단한 건 아니지만 디자인 시스템 공개를 통해 디자인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우리 회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디자인 시스템을 전담하는 플랫폼 디자이너가 있는 곳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개를 통해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6. UX Writing 관련 사이드 프로젝트 오픈

동료 디자이너분이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셔서 개발자 한 분을 섭외해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필요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필요한 서비스일 것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만들고 있다. 내년 초에 오픈하는 게 목표다.


7. 영어와 친해지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영어를 잘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영어와 친해져보려고 한다. 일단 매일 해외 디자인 팟캐스트를 들으며 영어와 친해지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강의도 들으면서 공부해보려고 한다.





올해는 유독 성장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며 1년을 돌아보니 이런저런 일을 하며 성장하기 위해 나름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이상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성장에 대한 너무 큰 욕심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으로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지면 안 되겠지만 균형을 잘 맞추며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가고 싶다. 잘해보자,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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