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은 시청지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주1회. 제가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원칙입니다.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혹시라도 잡음처럼 들리수도 있고, 그냥 두면 제가 나태지지 않을 나름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시청률에 대한 기사가 미디어 오늘에 게재되었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때마다 나오는 어떤 채널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이려니 했습니다. 기사 내용도 특별히 대응할 만한 것은 없지만 그대로 미디어 전문지의 기사여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오해소지가 있는 부분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의 개기가 된 기사는 다음의 것입니다.
기사 제목을 보시면 아시지만 마치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상파 3사가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폐지하지 않고 방송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순위 프로그램입니다. KBS 2TV는 <뮤직뱅크>를 금요일 5시에, MBC는 <쇼음악중심>을 토요일 오후 3시에, SBS는 <SBS 인기가요>를 일요일 3시에 방송합니다. 지상파의 가요 프로그램은 예전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음악소비의 변화와 전문 유료방송채널이 등장하면서 인기가 많이 낮아져 음악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하는 젊은 층이 잘 시청하지 못하는 시간대로 이동하여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들 프로그램의 가구 시청률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매우 낮은 편입니다. 기사의 제목처럼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이미 폐지되었어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지상파 채널중 음악 프로그램을 폐지한 방송사는 없습니다.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청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는 그 이유를 추정만 할뿐 정확히 알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정말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운명을 결정하는 단일한 요인인지 말입니다. 많은 드라마와 제작자들이 시청률이 낮아 중단되거나 폐지 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처럼 많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시청지표조사는 왜하는 것일까요?
시청지표 조사는 광고주를 위한 서비스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운반체(vehicle)를 이용해 광고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방송사가 광고주에게 자신의 프로그램의 파워를 입증하는 조사입니다. 그래서 흔히 생각하시는 것처럼 방송사를 위한 조사가 아니라 광고주를 위한 조사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로그램 시청지표를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우리나라서 유일하게 매일매일 조사되어 산출되는 유일한 자료로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신것 처럼 신문에 게재된 광고는 부수공사(ABC)를 통해 부수를 조사하지만 많은 신문지면 중 어떤 지면을 보는지 알수 없고, 라디오는 연간 4번의 설문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로그 기록을 이용한 자료들이 취합되어 발표되지만 TV시청지표만큼 명확하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이 부분은 이후에 추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해당 기사는 <TV수상기 피플미터 방식의 시청률 위상 저하, 알면서도 침묵하는 현실 “왜곡된 시청률, 콘텐츠에도 악영향…정부가 총대 매고 방안 마련해야”>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그 근거로 2월21일 방송된 선관위 주관 대통령 후보자 TV토론의 시청률 순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뭘까하면서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21일 지사앞 채널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중 대통령 후보토론이 몇위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청률 수치가 다르다는 것보다 시청률 조사회사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 순위가 다르니 믿지 못하겠다는 말입니다.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지적이긴 합니다. 같은 것을 조사했으니 수치까지 같을 수는 없지만 순위는 같아야 한다는 지적이니까요. 기자의 지적이 맞다면 그리고 그것이 조사가 잘못된 근거라면 우리가 거의 매일 접하는 대선후보자 지지도 조사는 맞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수치의 차이는 물론이고 순위도 매번 다르니까요. 여론조사는 선택지가 그나마 작지만 TV채널은 대통령 후보자보다 많습니다. 게다가 시청지표조사의 핵심이 되는 조사패널의 일상은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이는 시청지표중 어느 것이 맞는 것일가까요? 제가 보기엔 둘다 맞습니다. 다만 자료를 선택하는 방송사업자가 어느 자료를 더 안정적이고 현실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기자는 이러한 행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두 회사 자료가 다른 결과가 나오니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논리라면 5개도 안되는 선택지에서 다른 결과를 보이는 여론조사는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고, 반대로 조사기관의 결과가 같다면 그것이 믿을만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음으로 기자는 현재의 시청지표 조사방식에 대해 설명합니다. 대부분 얼추 맞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흥미로운 언급을 합니다. "민간기업이기에 해당 패널에 대한 세부적인 데이터는 해당기관들만 알고 있다." 조사패널의 시청행태를 통해 전체의 시청행태를 추정하는 시청지표조사의 특성상 패널에 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합니다. 얼마전 부터는 패널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따라 조직내에서도 극히 제안된 인원만 패널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패널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시청률 조사회사인 비디오리서치사에 방송사 제작진이 잠복해 있다가 피플미터기를 점검하러 나가는 차량을 따라 나가 패널가구에 접근하여 뇌물을 제공하고 자신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2004년에 일어난 일이지만 조사패널 정보는 조사회사에겐 가장 중요한 자산인셈입니다. 조사패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2004년에 일어난 일본의 사례로 볼때 말이 안되는 주장입니다.
https://office.kbs.co.kr/bri/archives/12239
다음으로 지적하는 것이 실시간을 측정하는 시청지표와 OTT나 VOD의 이용조사결과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실시간 방송을 측정하는 시청지표는 1분단위로 측정합니다. 그런데 OTT나 VOD 등의 비실시간 측정은 1분단위로 측정하면 거의 "0"에 가가운 값이 나오기에 기간의 누적값을 통해 이용량을 측정합니다. 따라서 1분단위 측정 방식과 기간단위 측정방식은 다른 결과를 보일수 밖에 없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그해 우리는>은 실시간 시청과 비실시간 시청이 분리되는 사례로 저도 매우 흥미롭게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경향이 다르니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후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실시간과 비실시간을 합산하는 방식은 아직까지 명확히 설정된 것이 없으며,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심지어 같은 매체에서 이에 대한 보도를 한바 있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272
마지막으로 케이블협회가 지적한 'zero rating'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방송시청환경은 케이블에서 IPTV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면서 케이블 가입패널을 영입하기 어려워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케이블 가입 패널을 늘리기위해 많은 방안을 시행했지만, 어렵게 케이블 가입가구를 영입해도 기존 케이블 가입가구가 IPTV로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중소PP에 직격탄이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중소 PP가 케이블과 IPTV에 동시에 송출된다면 케이블 가입 패널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될까요? 오히려 케이블에만 송출하는 PP가 IPTV에 진입을 늦춰 일어난 현상은 아닐까요?
기사는 이후에 기존 시청률을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방송통신위원회의 통합시청점유율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것은 시청점유율은 앞선 글에서 설명드린 점유율과 달리 미디어기업의 여론시장독점을 막기 위해 제정된 규제지표이고, 방송프로그램이 디지털매체에서 소비되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따라서 광고효과는 별도의 문제이기에 기존 시청률과는 다른 개념이 됩니다.다. 매년 해당 지표를 조사하여 발표하지만, 어떤 방송사나 매체도 이에 대해 참여하거나 협력하기 보다 자신의 등수만 궁금해하는 상황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시청률에 대한 대안으로 각 사업자가 발표하는 다양한 지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사실관계를 조금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CJ ENM의 CPI는 개발당시 시청률 조사회사와 협력하여 지표를 발표하다가 예산상의 문제로 기사에서 언급된 RACOI 자료를 이용하여 자료를 작성하고 있고, KBS의 KOCO PIE는 시청률이 아니라 개인 시청자수를 기본 지표로 삼아 발표하는 것이지 화재성 지표는 현재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실관계가 맞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
현재 시청지표를 활용하고 있는 광고업계를 통해 현재 시도되고 있는 셋톱박스 전수자료를 광고집행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도 이후에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셋톱박스 전수자료는 조사패널에 기반한 조사에 비해 많은 자료를 분석하는 장점이 있지만 셋톱박스 데이터이기에 시청자의 연령을 알수 없고 심지어 해당 셋탑이 일반가구에 있는 것인지 호텔이나 대합실 등에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년전부터 패널조사 자료와 셋톱자료를 혼용(hybrid)하여 분석하는 방식을 시도하였지만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어드레서블 광고가 논의되는 시점에도 효과 측정을 위한 초기 논의만 있었을뿐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시청행태가 다변화되면서 기존 방식으로 보다 정확한 지표를 산출하기 어려운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보다 나은 지표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계와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취재하지 않고 이전 기사나 몇명의 인터뷰 정도로 기사를 만들기엔 너무나 복잡한 문제입니다. 미디어 전문지라는 믿음으로 여러가지 의견도 드리고 협력도 했지만, 이번 기사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오늘 언급한 내용들의 상당수는 제가 이후에 글로 설명드리려고 했던 것들입니다. 이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당 부분을 차근차근 설명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