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만으로 충분한가 두번째 이야기
평균시청자의 규모가 모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율로서 시청률(rating)과 TV가 켜져 있는 사람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점유율(share)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청률과 함께 살펴보면 좋은 시청지표로 도달률(Reach)를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흔히 미디어 상품을 경험재(Exprience Good)라고 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미디어 상품의 가치는 손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성공한 출연진이나 제작진을 모아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다음 프로그램에서도 다시 호평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은 프로그램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 상품인 방송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보기 전까지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경험해 보아야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경험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재적 속성에 의해 방송 프로그램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시청자가 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우며, 많은 사람들이 보았더라도 사람들에게 계속 보게 만드는 소구(appeal)가 약하면 다른 채널을 시청하게 되어 시청률이 낮아 질 것입니다. 다시말해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경험(노출)되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도달률(Reach, Exposure)이라고, 시청한 프로그램을 얼마나 오랫동안 시청했는지는 시청률로 판단하게 됩니다. 시청률과 도달률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시청률과 도달률의 측정 방식은 다름니다. 시청률은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1분단위로 측정된 값의 평균으로 산출된다는 것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도달률은 이와달리 1분단위가 아니라 기간(period)에 프로그램에 노출된 여부만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모집단 10명이 10분짜리 프로그램을 시청한다고 할때 1명이 10분을 본것과 10명이 분씩 본 것은 시청률로는 동일합니다. (각분의 시청자수 1명이므로 평균 1명/10명=10%)
하지만 도달률에서는 10분동안 프로그램에 노출된 사람의 수가 10분동안 1명이 보았으므로 10%이지만, 10명이 1분씩 시청하면 10분동안 10명이 본 것이므로 100%가 됩니다.
따라서 시청률에서는 매1분이 분리되어 측정되지만, 도달률에서는 기간동안의 노출여부를 측정하기에 기간동안의 중복은 배제됩니다. 그렇다면 시청률과 도달률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다음의 표는 2022년 2월14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된 2개의 프로그램은 시청률은 <국가대표와이프>가 앞서지만 도달률은 <9시뉴스>가 앞섭니다. 이는 방영길이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시청률은 1분단위의 평균이라고 말씀드렸으니 2개의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도달률은 단위 시간이 아니라 기간(Period)의 측정 값이기 때문에 28분짜리 프로그램 보다 58분짜리 프로그램이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볼 가능성이 2배 정도 높기 때문에 도달률에서는 <9시뉴스>가 높게 나타납니다. 결국 방영길이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도달률로 측정하는 것은 방영길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방송길이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도달률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앞서 보신 것처럼 프로그램의 길이가 다르면 도달률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길이를 가진 프로그램이라면 어떨가요? 다음의 그래프는 어떤 프로그램의 가구 시청률과 도달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첫회부터 전체 가구의 24%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첫회 시청률로 13.9%를 달성합니다. 그리고 도달률이 증가해 최종회인 18회에는 가구도달률이 30%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시청률도 증가하여 첫회에는 시청률과 도달률이 약 2배정도의 차이를 보였지만, 최종회에서는 6% 정도의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TV 프로그램이 경험재이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1분이라도 시청한 수인 도달률이 높아야 잠재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청자가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 시청시간이 길어지면 시청률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미 아실수도 있지만 아래 그래프를 보인 프로그램은 KBS 2TV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입니다.
프로그램을 경험(reach)해야 프로그램을 시청할 여지가 생깁니다. 프로그램에 노출된 사람이 프로그램을 시청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청경험이 전무한 첫회의 시청지표는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은 첫회 시청률을 보시지만 저는 도달률 지표를 먼저 살핍니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이 얼마나 성장할 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첫회 또는 첫주의 시청지표는 이후 시청률 성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흔히 말하는 관심도나 입소문의 원천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자신의 방영일자와 시간을 끊임없이 시청자들에게 알려 보다 많은 사람이 프로그램에 노출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후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이러한 노력을 프로그램 프로모션이라고 영화의 예고편인 트레일러와 같은 역할이다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여하튼, 프로그램 성장의 기반이 되는 도달률을 살펴보면 보다 많은 것을 알수 있게 됩니다. 저는 도달률을 프로그램 시청률의 최대치라고 설명합니다. 1분 이상 시청한 시청자 모두가 프로그램 시작시간부터 아무도 이탈하지 않고 시청했을 때 시청률과 도달률이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제가 살펴본 드라마 중에 흥미로운 경향을 보인 드라마의 시청률과 도달률 그리고 누적 도달률을 산출해 보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 평균 시청자수 123만에서 시작해 3주 후인 6회에 200만명을 넘어섭니다. 흥미로운 것은 2주차까지 도달자수가 350만을 넘지 못합니다. 그러다 6회차 부터 도달자가 400만명을 넘어서고 평균시청자도 200만을 상회하고 다시 3주뒤인 12회에 평균 시청자수 300만, 도달자 500만을 넘어섭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차에 도달자가 700만에 근접하면서 평균 시청자수 400만을 달성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드라마의 본방송을 기준으로 누적 도달자수를 추정해 보면 전체 개인의 20%를 넘으면서 200만, 30%를 넘으면서 300만, 35%를 넘어서면서 400만명이 시청하게 됩니다. 잠재 시청자가 확대되면서 프로그램의 평균시청자와 회차별 도달자가 증가한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MBC의 <옷소매붉은끝동>이라는 드라마입니다.
프로그램이 방송될때마다 도달률 지표를 분석해 보면 몇가지 재미있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본방송을 대상으로 하는 분석에서 재방송을 포함하면, 프로그램의 누적 도달률은 변화합니다. 특히 프로그램 방영초기 재방송은 프로그램 프로모션이 충분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방영을 인지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에 많은 프로그램이 스페셜이나 몰아보기 등으로 재방송을 다수 편성하여 도달률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도달률이 형성되면 재방송을 줄이고, 시청자들을 본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옷소매붉은끝동>은 이러한 전략에 맞추어 초기에는 원작을 주연배우들이 읽는 낭독회를 시작으로 1-3주차까지 재방송과 몰아보기를 편성하면서 도달률을 높였습니다. 그래서 3주차 이후부터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도달률은 사실은 광고의 효율성 평가지표인 CPM(cost per Millions)의 근간이 되는 지표입니다. 백만명에게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가를 측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프로그램 분석에 활용하게 되면 우리 프로그램에 노출된 사람들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잠재 시청자를 추정할 수 있게되고,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재방송(repeat)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도달률의 개념은 디지털매체에서 사용하는 UV(Unique Visitor)와 동일한 개념입니다. 다만 조심하실 것은 도달률 지표가 가지는 특징인 분석기간을 반듯이 살펴보셔야 합니다, 디지털지표는 대부분 월단위 지표(MAU:Monthly Active User)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프로그램 방영시간 또는 1일을 분석기간으로 삼습니다.
방송 프로그램 편성이나 성과분석에서 광고지표를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으실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매우 유용한 지표입니다. 왜냐하면 프로그램의 잠재시장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기반을 고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최대 시청률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부터 계속 말씀드리지만 프로그램을 분석하는데 지표 하나만 사용하면 순위가 메겨지지만, 2개 이상의 지표를 사용하시면 프로그램의 위치와 추이를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시청률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청지표를 가지고 다양한 측면에서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방송사의 경영전략이고, 그것이 바로 편성전략입니다. 편성전략이 없는 방송사는 경영전략이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