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가을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만 6세가 되면 학교에 입학한다. ‘다운천사’ 딸은 2023년 12월에 만 6세가 되었다. 느리게 성장하는 ‘다운천사’이기에 아직 먼일이라 여겼는데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애써 누르며 지내왔던 걱정이 비집고 나왔다. ‘유치원 선생님은 세심한데 학교 선생님은 어떤 성향을 가졌을까? 딸에게 불친절한 선생님이면 어쩌지? 아직 말을 못 하는데 친구에게 해코지를 당하면 어떡하지?’라며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것까지 앞서갔다. ‘다운천사’ 딸과 함께하며 예측 불가의 일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다운천사’는 특수학교에 간다. 이제껏 경험하지 않은 ‘특수학교’라는 생소함이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했다. 입학통지서를 받기 전부터 돌을 매단 듯 무거운 마음이라니. 마음을 가다듬으며 언젠가 받게 될 입학통지서를 기다렸다. 새소리가 지저귀며 숲이 울창하던 4월에 입학통지서가 날아들었다. 편지 봉투에 찍힌 교육청 낙인을 보며 크게 심호흡했다. 입학통지서를 받았을 뿐인데 이 정도면 입학식 날에는 대성통곡할 판이었다. ‘두 아들이 성장해서 군대 간다 해도 이 정도로 유난스러울까?’
특수학교라 입학식도, 준비할 학용품도 다를 것 같았다.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학교 커리큘럼에 대해 찾아봤다. 눈만 피곤할 뿐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딸의 유치원 선생님은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여럿 ‘다운천사’를 양육하고 학교에 보냈다. 조언을 얻기 위해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인턴 시절 일했던 특수학교라며 이야기해 주었다. “한 반에 아이들이 12명이고요, 담임 선생님은 3명 도우미 선생님은 4명으로 모두 친절하며 사명감이 있어요. 그리고 학교 안에 수영장과 체육관이 있어서 이동이 편해요. 입학식도 여느 학교와 다를 것 없이 똑같아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생각이 정리되었다.
마음이 놓이나 했지만 특수학교 등록 절차는 복잡하고 어려웠다. 특수학교로 바로 등록하면 쉬우련만 가지도 않을 집 근처의 일반 학교에 등록이 먼저였다. 필요한 서류는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3달에 한 번씩 받아온 발달 검사 의사 소견서, 예방접종 수첩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이 학생은 우리 학교에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소견서와 부모 동의 사인을 교육청으로 보냈다. 6월이 되어서야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특수학교 등록 원서를 작성해서 우리에게 보내세요.”라는 편지에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토시 하나도 빠뜨리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꼼꼼히 작성한 원서는 교육청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특수학교에서 딸을 데리고 오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교장 선생님과의 상담이었다. 가져가야 할 서류로는 언어치료 선생님의 소견서, 물리치료 선생님의 소견서, 예방접종 수첩, 딸이 태어나서 3달에 한 번 받아온 발달 검사 의사 소견서였다.
교장 선생님을 만나는 날이 왔다. 긴장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선생님들은 활짝 웃으며 “환영합니다. 반가워요”라며 인사를 했다. 딸은 팔을 최대한 길게 빼며 힘껏 손을 흔들었다. 떨리는 나와는 상반된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교장 선생님은 오른손을 뻗어 우리에게 악수를 청했다. 딸은 덥석 교장 선생님 손을 잡고는 위, 아래로 흔들었다. 호탕하게 웃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긴장이 풀렸다. 학교 시스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받아쓰기라도 하듯 교장 선생님의 말을 받아 적었다. 모든 설명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은 우리에게 질문했다. “ 더 궁금한 게 있나요?” “네, 집에서 궁금한 걸 적어왔어요.”라며 다이어리를 펼쳤다.
“규정된 책가방이 있나요? 수업은 몇 시에 끝나요? 방과 후 수업이 있나요? 반 편성은 어떻게 되나요? 시간표는요? 스쿨버스로 등교, 하교할 때 개인 카 시트가 필요한가요? 아니면 학교에 배치되어 있나요? 딸이 입학하면 담임 선생님과 개인 연락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답해 주었다. 7월에 있을 신입생 소집회 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학교를 나서며 묵직했던 체증이 쑥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