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천사가 함께 삽니다.

by 베존더스

‘다운천사’가 태어났을 때 평범한 삶을 포기했다. 딸아이와 어우러지는 삶이 어떠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힘들고 어렵고 편치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이 앞섰다. 딸이 커갈수록 이는 쓸데없는 걱정,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산책길에 돌부리가 있으면 첫째 듬직이는 셋째 ‘다운천사’를 안아 올려 안전한 길에 내려준다. 오빠가 내려준 길을 딸아이는 사뿐사뿐 걸으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을 흔든다. 사람들은 까만 머리 소녀의 인사를 귀엽게 받아준다. '다운천사'는 산책로에서 주운 나무 막대기를 질질 끌며 콧노래를 부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손을 씻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소파에 푹 몸을 심으며 TV를 켠다. TV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춤도 춘다.


사춘기 듬직이는 알 수 없는 감정의 기복을 겪으면 ‘다운천사’를 곰 인형을 안 듯 꼭 끌어안는다. 첫째 오빠의 너른 등을 작은 손으로 토닥인다. 작은 토닥임에 듬직이의 마음은 안정을 찾는다. 둘째 테디베어 역시 학교에서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아 마음에 먹구름이 끼는 날에는 ‘다운천사’에게 간다. “오빠, 오늘 학교에서 마음이 아야 했어”라면 ‘다운천사’는 ‘호’ 불어주며 쓰다듬어 준다. 그 작은 온기에 위로받은 테디베어는 싱긋 웃는다.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나면 3층까지 소리가 들리게 단전에서부터 힘을 모아 ‘오빠, 아빠’를 부른다. 첫째, 둘째는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온다. 느긋하게 뒤를 이어 아빠가 내려오는 걸 확인한 '다운천사'는 미소를 짓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먹으며 뜨겁다고 손을 위아래로 흔든다. 다 먹은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라며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는다. 정리하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식탁도 닦고 그릇 정리도 돕는다. 정리가 끝나면 ‘함께 놀자’를 수화로 보여주며 엄마의 바지자락을 잡아당긴다. 손잡고 딸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며 뭐 하고 놀까를 물어본다. 엄마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한다. 방으로 들어가서는 퍼즐을 꺼내와 함께 맞추자고 내 앞에 놓는다.


방문 틈 사이로 둘째의 얼굴이 빼꼼히 보인다. 둘째 오빠의 등장에 신난 천사는 함께 놀자며 손짓한다. 반겨주는 동생의 반응에 부응이라도 하듯 재미있게 놀아준다. 깔깔 웃음소리가 방 안 가득 채워진다. 재미있게 논 천사는 더 놀고 싶어서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침대에 누워서는 이불을 가지고 뒤치락엎치락 하더니 쌕쌕 숨소리가 들려온다.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와 집안일을 마무리한다.


정적이 흐르는 고요한 집에 앉아 천사와 함께한 오늘을 떠올린다. 감사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미 다 커버린 두 아들 사이에서 느리게 크는 만 8세 ‘다운천사’는 늦둥이 같은 느낌이다. 두 아들은 더 이상 엄마의 도움이 필요치 않다. 동굴로 들어가 지내는 시간이 많다. 딸은 내 곁에서 쫑알쫑알 시끄럽다. 놀자며 졸졸 따라다니는 엄마 껌딱지다. 느림의 미학 속에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주는 여유로운 삶. ‘다운천사’가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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