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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Nov 30. 2022

'다운증후군'딸은 나를 배움의 길로 안내한다.

음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개월 만에 첫째가 생겼다. 사회생활 경험 없이 바로 전업 주부가 되었다.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번째 출산으로는 ''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집에서 아이들만 돌보며 지내다 보니 적극적인 삶보다는 수동적인 삶이 되었다. 남편에게 많이 의지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출생신고, 여권신청도 남편이 도맡아  정도였다. 심지어는 비자받는 일까지 남편의 몫이었다.


난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심하고 낯가림이 심한 내 성격 탓도 있었다. 새로운 환경을 힘들어했다. 그런 나에게 '다운증후군'딸이 태어났다. '다운증후군' 딸을  잘 키우기 위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어야 했다. 안주하고만 있다면 딸에게 꼭 해줘야 하는 걸 놓치게 될 것 같았다.


난 단순히 '다운증후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만 머릿속에 있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몰랐다. 자료와 영상들을 찾아보며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사이의 간격, 활처럼 휜 새끼손가락, 청력이 좋지 않은 경우도, 시력이 나쁠 경우도, 심지어는 귀지가 많다는 것조차도 자료와 영상을 통해 알았다.


'다운증후군' 딸은 두 아들과 달리 자주 아팠다. 건강하게 자라길 간절히 바랐다. 글리코 영양소를 먹이게 된 것도, 관련 강의를 찾아 들으며 공부를 시작한 것도 모두 딸을 위해서였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궁금한 걸 검색해봤지만 이렇게 열심히 찾아보며 노력하지는 않았다. 딸은 특별했다. 애쓰지 않고는 제대로 키울 수 없을 것 같았다.


딸을 위해 시작된 공부였지만 더 나아가 내 계발이 되었다. 집에서만 안주하던 난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욕구가 솟구쳤다. 딸로 인해 글쓰기도 시작했다. 글이라고는 학창 시절 일기, 아이들 낳고 육아일기를 쓴 게 다였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기록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 했었다. 어느새 인가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도 섰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분위기가 되었다. 새로운 도전 앞에 두려움은 점차 살아졌다. '다운증후군'딸의 엄마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성취감이다. 두 아들과 딸로 인한 내 삶의 중심은 언제나 아이들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공존하지 않았다. 지금도 아이들 육아로 바쁜 일상을 살아내지만 그 안에 ‘나’가 함께 존재한다. 특별한 딸은 배움의 길로 나를 안내했다. 그로 인해 적극적이고 대범한 엄마로 바꿔놓았다. 딸이 자라듯 나도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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