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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ul 16. 2022

한국은 미치게 덥고 소음이 심하다.

한국 생활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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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시부모님이 나왔다. 시부모님은 우리를 보자마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사춘기인 첫째는 쭈뼛쭈뼛하면서 어정쩡하게 인사했다. 둘째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자마자 ‘짜장면’을 외쳤다. 셋째는 처음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어리둥절했다. 짜장면을 먹기 위해 한국에 온 둘째의 바람대로 우리는 곧장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삼 남매가 예쁜 아버님은 가까이에 앉으려 의자까지 끌고 왔다. 맛난 짜장면을 먹이고 싶은 아버님은 간짜장을 주문했다. 둘째는 간짜장을 보자마자 진심 화를 냈다. "그냥 짜장면이 아니잖아, 나 이거 안 먹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버님은 다급히 주방 쪽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그냥 짜장 소스 있으면 주세요."라고 말했다.

입에 짜장 소스를 잔뜩 묻히며 먹은 둘째는 만족했다. 첫째는 배고프니 먹었고 셋째는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라는 표정이었다. 맛나게 한 그릇 씩 다 비워내고 시부모님 댁으로 갔다.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돈된 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온다고 쓸고 닦으며 기다렸을 어머님 마음이 느껴졌다.


손을 씻기 위해 수도꼭지를 위로 올렸다. 흘러나오는 한국의 물 냄새가 좋았다. 수영장의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냄새였다. 세면대에 물을 가득 담아 손을 담갔다. 석회가 있는 독일 물과 달랐다. 씻고 나온 손은 매끄러웠다.


독일은 아무리 더워도 습하지 않다.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마스크도 쓰지 않아 자유롭다. 자유로운 속에서 살다 온 삼 남매는 한국 더위를 힘들어했다. 어딜 가나 써야 하는 마스크와, 땀때문에 몸이 끈적였다. 샤워하려고 욕실에 들어간 두 아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땀으로 젖은 옷은 살에 붙어서 잘 벗겨지지 않았다.


샤워를 끝낸 아이들은 선풍기에 서서 머리를 말렸다. 머리를 바로 말려주지 않으면 쉰내가 났다. 셋째는 욕조에 차가운 물을 받아 들어가 앉았다. 어딜 가나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우리에게 쥐약이었다. 걸어서 10분 거리도 우린 차로 이동했다. 에어컨이 나오고 심지어 쿨 시트가 되는 차에서 내리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쇼핑몰의 지하 주차장의 더위는  숨이 턱턱 막혔다.


층수가 높은 쇼핑몰의 엘리베이터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내려가야 하는데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온다면 보내고 기다렸다. 많은 인파와 들려오는 소음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들리는 기계음이 있다. '올라갑니다. 문이 닫힙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아이들의 발이 낄 위험이 있으니 노란색 선안으로 발을 넣어주세요.'


운전해서 이동할 때 켜는 내비게이션에서는' 전방에 속도제한 방지턱이 있습니다.'라는 말이 쉼 없이 떠들었다. 독일에는 없는 속도제한 방지턱을 덜컹 지날 때면 삼 남매 엉덩이가 들썩였다. 아파트 문을 열기 위해 카드를 대면 '문이 열립니다.' 집에서는 세탁기가 다 돌아갔다며 노래 음이 흘러나왔다.  무선 청소기를 쓰고 충전기에 끼우면 '삐리릭 삐리릭' 소리가 났다. 온통 소음이었다. 전자음 소리가 없는 독일에서 살다온 나는 예민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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