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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Aug 06. 2022

왜, 자꾸 쳐다봐요?

독일에서는 우리 가족이 동양인으로 눈에 띄었다. 반면 동양인이기 때문에 '다운 천사' 딸의 외모는 평범했다. 독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까만 머리카락에 작은 눈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보니 '다운 천사' 딸의 외모가 도드라졌다. 식당을 가서 마스크를 벗으면 확연하게 그 모습이 드러났다. 한국에 온 지 오일만에 우린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던 아이들은 또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어른들 욕심에 아이들에게 맛난 음식과 다양한 것을 경험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난 언제 또 한국에 와서 경험할까 싶어 더위에 짜증 내는 아이들을 달랬다. 아이들에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도깨비 도로에 갔다. 물이 거꾸로 흘러 올라가는 것을 처음 본 두 아들은 마냥 신기했다. 둘째는 500ml 피티병의 물을 바닥에 다 붓고서야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우리 집 삼 남매 나이는 만 11세, 만 6세, 만 4세이다 보니 함께 즐기는 게 쉽지 않다. 캐릭터 박물관은 삼 남매에게 딱이었다.  실사 크기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는 두 아들을 설레게 했다. 첫째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꼼꼼히 짚어가며 봤다. 개구쟁이 둘째는 보고 싶은 것만  '휙휙' 지나가며 봤다. 꼬꼬마 막내딸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엘사 앞에 얼려진 것처럼 부동자세였다. 엘사를 바라보는 딸의 눈이 반짝였다. 박물관을 나오며 아이들에게 기념품을 사주었다. 첫째는 아이언맨 미니어처, 둘째는 포켓몽, 셋째는 엘사 인형을 품에 안았다. 비행기 타기를 싫어했던 삼 남매에게 제주도 여행은 즐거움이 됐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야외 수영장에 풍덩풍덩 뛰어들며 더위를 식혔다. 시간은 금방 흘러 공항 가는 날이 됐다. 점심시간에 도착한 공항에서 삼 남매는 배고팠다. 롯데리아로 갔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여행으로 들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 친구들과 시끌벅적 떠드는 십 대. 그중 유독 우리에게 시선을 주는 이가 있었다. 두 테이블을 건너편에 두고 앉은 남자는 내 딸에게 시선이 고정됐다. 한두 번 보고 말겠지 했던 시선은 거둬지지 않았다.


아이들과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았다. 시선이 불편했다. 공공장소라  목소리로 '그만 쳐다보세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직접 가서 말할 수도 없었다. 내 꼴이 우스워질 것 같았다. 고심 끝에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 모았다.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최대한 크게 입을 벌려 또박또박 "? 자꾸 쳐다봐요?"라며 소리 없는 외침으로 내 의사를 전달했다. 그제야 남자의 시선이 거둬졌다. ' 그렇게  집어 말을 해야 아는 건가?' 마음이 씁쓰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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