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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Feb 23. 2023

산만한 둘째를 위한 선택은?

둘째는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다. 10분이면 끝낼 숙제를 40분이나 질질 끈다. 식탁 위의 물컵도 자주 엎지른다. 과자는 또 얼마나 흘리는지 치우는 게 일이다. 필통 안은 어지럽다. 지우개는 쥐가 파먹은 것 마냥 여기저기 흠집이 많다. 새로 넣어준 연필은 일주일도 못 돼서 몽당연필이 된다. 학교에 싸 보낸 물통은 어디에 흘렸는지 찾을 수 없다.


한두 번이어야 이해하지. 도돌이표 마냥 반복되는 일상에 화가 치밀었다. 마치 용이 불을 뿜어내듯이 뜨거운 입김으로 아이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제발 생각이라는 것 좀 해라. 조심성을 가지라고 몇 번을 말 하니. 행동하기 전에 조심 또 조심하라고!!” 아이의 고개는 떨궈진다.


풀 죽은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급한 성격에 뭐든 빨리 해내려고 실수가 많았다. 엄마에게 자주 혼났다. 혼나도 바뀌지 않자 엄마는 바이올린 레슨을 받게 했다. 집중하게 되니 급한 성격도 차츰 좋아졌다. ‘둘째에게도 음악을 선물해 주면 어떨까?’ 음악 학원을 알아봤다. 독일은 Stadt Misickschule(스타드트 뮤직슐레) 시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 개인이 하는 PrivatMusickschule(프리바트 뮤직슐레) 이렇게 두 개로 나뉜다. 학교라고 쓰지만 학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학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Tag der offenen Tür(타그 데어 오프넨 튜어)라고 개방하는 날이 일 년에 두 번있다. 정해진 시간에 배우고 싶은 악기레슨 내지는 성악 레슨에 참관할 수 있다. 또는 Probezeit(프로베자이트)를 통해 한번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악기로 1:1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PrivatMusickschule(프리바트 뮤직슐레)를 선택했다. 학원에 가기 전 무슨 악기를 배울지 둘째와 상의했다. 나는 아들이 태어나면 첼로나 클래식 기타를 가르치고 싶었다. 둘째에게 “첼로는 어때? 클래식 기타는?” “아니야, 둘 다 싫어 난 드럼을 배울 거야 “라는 말에 당황했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클래식을 접하길 바랐는데 드럼이라니.

Probezeit(프로베자이트)를 이용해 30분 1:1로 레슨을 신청했다. 30분은 순식간이었다. 레슨 실에서 나온 둘째의 양볼이 빨갰다. 올라간 입꼬리에서 얼마나 재미있었는지가 느껴졌다. “엄마, 엄마 드럼 소리가 얼마나 큰지 천둥번개 소리 같았어 심장이 마구마구 뛰었어 “ 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둘째는 바로 등록해 달라며 졸랐다. 일단 아빠와 상의해 보자며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둘째는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불렀다.


우린 다음날 바로 학원에 등록했다. 둘째는 매주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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