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랑시점 #4 광주 예식장 뿌시기
# 드디어 웨딩 투어
광주에 예식장 알아보러 가는 날. 11시 웨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서 나왔다. 나름 예식장 투어니까 오랜만에 넥타이에 정장도 입어보고. 내가 결혼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되는 아침이다. KTX에서 만난 여자 친구. 서로 아침부터 소란을 피우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예식장으로 둘러보는 목적도 있지만, 함께 고향을 내려간다고 하니 무척 새롭다. 여자 친구 역시 내게 말로만 들었던 광주를 직접 가보는 거라 기분이 들떠있는 듯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는 KTX로 보통 1시간 40분 정도. 정거장을 더 많이 들리는 기차는 2시간 정도 걸리기도 한다.
우리가 오늘 돌아볼 예식장은 총 3곳이다. 드메르 - 라페스타 - 위더스. 시간이 된다면 까사디루체까지 돌아보는 일정. 그렇게 빠듯한 일정은 아니었지만, 당일치기로 광주를 다녀오는 일정에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기차에서 여자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어느새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도착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어머니께서 배웅을 나오셨다.
# 드메르를 만나다
차를 타고 10분쯤 이동하니 차창 너머로 멀리 거대한 건물 하나가 보인다. 거대하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규모나 크기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CN tower라고 적힌 건물 아래 'DE MER'라는 문구를 보니 말로만 듣던 드메르에 왔구나 싶었다. *CN은 드메르의 전신 천년 웨딩홀 이니셜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막상 내려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모르긴 몰라도 단독 건물로 광주에 이런 건물을 있었던가. 무엇보다 이 큰 건물을 웨딩홀로만 쓴다는 사실.
우리가 도착한 시작은 첫 예식이 있기 전인 10시 30분쯤. 주차난이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차가 많지 않았다. 드메르에서 느껴지는 건물의 위엄에 주차는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을까.
# 드메르의 장점이자 단점, 교통
광주 수완 지구에 위치한 드메르(A)는 광주 북쪽 끝에 위치해 있어 서울에서 대절 버스가 오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호남 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를 들어오면 금방 예식장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에서부터 먼 거리를 달려온 하객들이 10분이라도 일찍 도착할 수 있다면 엄청난 장점이지 싶었다.
하. 지. 만. 하객들이 대절 버스만 타고 오느냐? 요즘에는 KTX를 타고도 많이 오기 때문에 기차역과의 거리도 생각해야 했다. KTX가 들어오는 광주 송정역(B)이나, 고속버스 터미널(C)이 들어오는 상무지구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지도 않아서 택시를 타고 한 번 더 이동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광주에서 오는 하객들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대부분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었고.
이와 비교해서, 라페스타, 위더스는 어느 정도 중심지에 위치하고, KTX 역, 버스터미널과도 가까워 지하철/택시를 타고 빠른 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광주에서 오는 하객들도 이동이 용이하고. 이처럼 드메르의 위치가 마지막까지 드메르를 선택하는데 고민하는 이유가 되었다.
# 평범한 예식장을 거부한다, 인테리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꽃바구니가 맞이했다. 역시 사진에서도 봤지만 벌써 몇 번을 놀래는지.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언젠가 서울로 7017 오픈했을 때, 신발들 쏟아지는 조형물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곳뿐만 아니라 드메르 이곳저곳에 포토존이 많았다. 벌써부터 하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인스타용으로도 제격.
우리를 압도했던 것은 높은 층고였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봐야 할 정도로 천장 높이가 2~3층 높이는 돼 보였다. 밖에서만 봐도 상당히 커 보였던 건물을 4층으로만 구성했으니 이러다 보니 로비며 식장이며 건물 전체가 호텔 로비 분위기도 나고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확실히 왜 드메르가 요즘 뜨는 곳인지 수긍이 가는 부분.
1층 한쪽에는 예식장이 있고, 반대로 메이크업실, 상담실, 카페, 드레스 샵, 탈의실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쪽으로 보나 분위기가 고급스럽다. 나도 정말 다양한 예식장을 다녀 봤지만,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분명히 광주에서 흔치 않은 곳.
# 떨리는 결혼 상담
미팅 시간이 되어 상담실로 향했다. 주 중에 아버지가 한 번 들러서 시간과 비용은 어느 정도 맞춰놓은 상태라 최종적으로 계약서만 작성하는 자리. 3월 7일. 14시. CN 홀. 하객 총 350명. 계약서 양식을 하나하나 적어가며 결혼을 정말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묘했다. 가장 성수기 주였음에도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에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3과 7이라는 숫자도 왠지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드메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홀인 CN에도 자리가 있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오후 2시라서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와도 여유 있는 시간이었고. (도착해서 먼저 식사를 하는 순서) 다만 한 시간 식이라는 게 시간이 빠듯해 보였지만, 이건 나중에 다시 생각하자.
아직 스드메를 정하지 않은 터라 드메르와 연계된 스드메 업체도 소개를 받았다.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는 '그가 사랑한 순간', '그녀가 사랑한 순간'을 비롯하여 몇 가지를 소개받았고, 특히 드레스 역시 서울 본점과 연계되어 있어 신상 드레스들을 이용 가능하다고 했다. 웨딩홀과 스드메를 함께 이용 시 패키지도 있어서 괜찮은 조건이었다. 다만, 스튜디오 촬영을 서울에서 할 가능성이 높아서 우선은 웨딩홀만 계약하기로 했다.
드메르 견적은 100만 원 대관료에, 350명 식대 38,000원으로 안내받았다. (2019 10월 계약 기준)
# 본격 웨딩 투어
드메르에는 총 4개의 웨딩홀이 있다. 1층에 위치한 르씨엘 홀, 2층의 CN 홀, 베일리 홀. 그리고 4층의 라비엔 홀까지. 웨딩홀마다 각기 다른 컨셉을 가지고 있고 규모도 조금씩 다르다.
우선 1층, 채플홀이라고도 부르는 르씨엘 홀. 사진상으로 봤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분위기였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 조명들로 가득 채운 예식장이 인상적이었는데, 버진 로드를 중심으로 대칭하여 펼쳐져 있는 나무 구조물이 무성한 나무 숲 속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성당에서 결혼을 올리듯 엄숙한 분위기도 만들어 냈다. 사실 분위기만 따지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인원이 200명 수준의 예식장이라 아쉽게도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 보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올라가면 1층만큼이나 높은 층고가 나타난다. 2층에 CN 홀, 베일리 홀 2개의 식장이 있는데, 워낙 건물이 크고 동선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또 사진처럼 문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있어서 하객이 섞이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단독홀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공간이 분리되어 좋았다.
우리가 막 들어갔을 때 11시 예식이 시작을 앞두고 있어서 안내 방송 중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기회이므로 간략히 훑어만 보고 들어갔다. 아쉬운 점이라면, 앞/뒤 두 타임 축의금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보통 그렇긴 하지만, 전 예식과 후 예식. 한 팀만 쓴다면 훨씬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 공주의 방을 그대로
"와 - "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입틀막을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 신부대기실이야말로 신부를 위한 공간이므로 여자 친구 표정을 살폈다. 다행이다. 여자 친구도 눈을 동그랗게 크고 둘러보고 있다. 누가 봐도 좋아하는 모습. 나 역시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정말 여러 결혼식을 다녔지만, 드메르의 신부 대기실은 정말 단연 최고다. 어떤 신부 대기실보다도 근사하다고 자신한다. (내가 왜?)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신부 대기실 내부로 쏟아져 내리면서 공간이 더욱 빛이 났다. 여기에 높은 천장으로 공간감까지 더해져 마치 궁궐에 있는 느낌이랄까. 예식장보다 신부 대기실이 더 마음에 들었다.
# CN 홀을 뵈옵니다
시작을 알리는 안내과 함께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인터넷에서 수 십 번은 더 봤던 CN 홀이기에 기대가 됐다. 막상 홀 안으로 들어오니 감히 감탄할 만했다. 350석의 웅장한 공간뿐만 아니라 눈으로만 봐도 긴 버진로드며, 양쪽으로 늘여 트린 천, 꽃 장식들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왜 사람들이 드메르를 대표하는 홀인지 금방 납득이 갈 정도로 매력적인 곳. 마침 신랑 입장을 지켜봤는데, 버진로드도 어느 정도 높기 때문에 주목도 잘 되고 당연히 사진도 잘 나오겠지.
그중에서도 정말 인상적이었던 신부 입장. 사회자가 "신부 입장"을 외치는데 조명이 뒤를 비추더니 바로 옆 신부 대기실에서 문이 열리고 신부가 나타나는 것 아닌가. 정말 주목도가.. 역대급이었다. 일단 영상을 보자.
좌석은 원형 테이블로 모두 되어 있었다.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는데 식사를 위한 좌석이 아니라면, 공간을 넓게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예식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아무래도 뭔가 불편하다. 괜히 목이 아프기도 하고. 대부분의 고급스러운 예식은 이렇게 원형 테이블을 지향하는 추세. 어차피 이건 큰 이슈가 아니었으므로. 이것저것 살피면서 예식을 열심히 관찰하고 또 스캔했다. 어두운 가운데 집중되는 분위기며, 꽃 장식, 인테리어 모두.
신부대기실과 예식장까지 보고 나니, '여기다' 싶었다.
2층의 또 하나 식장인 베일리 홀도 둘러봤다. 이미 두 개의 홀을 보고 나서 인지, 드메르 홀이라면 기대가 된다. (CN홀에서 너무 기운을 뺸 탓인지 사진도 한 장이 없다) 베일리 홀을 처음 들어갔을 때는 CN 홀의 축소판? 느낌. 소박함 속에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좋았다. 가든파티 느낌도 나고? 특히 위쪽 공간을 꽃 장식과 샹들리에로 공간을 채운 것이 매력. 또한 천장이 넓다 보니 나음의 매력이 있었다.
식장은 충분히 보았다. 이제 식장만큼이나 중요한 식당. 사실 부모님이 드메르를 추천한 이유가 드메르의 음식이었다. (드메르 광고 아닙니다..) 음식 가짓수도 많고 대체로 맛있다는 평이었는데. 실제로 어떠할지 기대가 되었다.
# 알라딘의 밥상처럼
과장님 안내에 따라 식당에 들어서니, 와 - 식당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큰 건물의 한 층을 다 식당으로 썼으니 알만하지 않나. 더 놀라운 점은 지하 1층에 식당이 더 있다는 것. 식당 크기뿐만 아니라 메뉴가 무려 200가지..라고 한다. 200가지!!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어 싶었는데,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음식 행렬에.. 마치 알라딘이 지니와 함께 행진할 때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대령해놓은 모습. '100가지를 다 먹을 수 없으니, 먹을 만큼만 담으세요'라는 문구는 드메르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 자원 낭비까지 생각한 독특한 메시지도 인상적.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뷔페 식단이었는데, 각종 해산물, 육류, 야채는 물론이고 가짓수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쪽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는.. 김치를 즉석으로 담그는 식당이 있어?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여자 친구가 갑자기 눈동자가 커지더니 나를 불렀는데 손길을 따라가 보니 '닭발' ...! 닭발이 예식장에 웬 말이냐. 여자 친구 최애 음식인 닭발이 있다니. 어이가 없어서 둘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가짓수보다 맛이 중요하지만, 가짓수도 많은데 맛도 좋아서 식당 역시 너무도 만족스러웠다.
# 자연을 담은 라비엔 홀
마지막으로 4층 예식장, 이곳은 야외 웨딩홀 분위기가 난다는 라비엔 홀이다. 야외 결혼식처럼 양쪽 창문으로 채광이 잔뜩 들어고 버진 로드며 테이블이며 식물들이 가득해서 흡사 야외에서 결혼하는 기분이 난다. 실제 사진으로도 미리 봤었지만, 실물로 보니 더 산뜻하고 청량감 넘치는 곳이었다. 야외 웨딩을 꿈꾸던 사람이라면 실내 웨딩과 잘 절충된 이 홀을 선택해도 되겠다.
모든 홀과 식당까지 투어가 끝나고 내려오는 길에 1층의 메이크업 실과 드레스/정장 샵도 잠깐 들어가 봤다. 메이크업 샵은 스튜디오만큼이나 더 전문적으로 메이크업 테이블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공간이 넓으니 여러 팀이 와도 붐비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
# 안도의 한숨
드메르를 나오면서, 우리도 마음에 들어했고, 적극적으로 소개해 준 어머니도 흐뭇해하시는 분위기. 아침 일찍 나선 보람이 있다. 아직 더 가야 할 곳이 남아있지만, 일단 드메르를 확보해 놓아서 마음 한편에서 안도감이 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신식 건물로 예식장 곳곳에 트렌디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멀리 서울에서 와도 만족스러울 만큼! 음식도 모두가 좋아할 만한 커버리지와 퀄리티도 이 정도면 훌륭하고. 일단 합격!이다.
이제는 조금 한 결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탄다. 다음은 광주에서 가장 유명했(?)던 라페스타 예식장 투어 차례다.
예랑 시점 TIP #4 드메르에서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 디자인, 인테리어, 분위기 어디 하나 빠짐없이 완벽한 예식장. 저 역시 드메르를 선택했습니다.
* 그만큼 인기가 많은 결혼식이에요. 광주는 물론 호남권에서도 드메르에서 결혼하기를 원하고, 저희처럼 서울에서 결혼식을 알아보는 커플도 드메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그만큼 예약하기가 쉽지 않아요. 미리미리 준비하세요.
* 예식 시간은 단 한 시간. 드메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는데요. 11시부터 시작해서 6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예식이 있습니다. 당연히, 이 한 시간도 다 쓸 수 없고 50분까지는 다음 예식을 위해 비워줘야 하죠. 간단한 예식이라면 괜찮겠지만, 행사가 많은 예식이라면 정말 시간이 부족할 수 있어요. 축가도 하고, 사진도 찍고 너무도 짧은 시간이지요.
* 교통과 주차의 난. 하객을 생각한다면 크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인기 있는 예식장이다 보니, 또한 짧은 예식이라 가끔은 주차난은 물론, 정말 피크 타임 때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합니다.. 홀이 잘 분리되어 있어 다행이지만,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접근성도 위에서 다루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