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닿는 시 43 <시적 사물: 자연>
달은 저 혼자 떠 있는 듯해도
보이지 않는 바람이 그 곁을 지나간다
그러므로, 바다는 밀려오고 밀려간다
나무는 속을 비우듯 안으로 들이고
이파리는 저절로 빛을 놓아준다
그러므로, 바람은 숲에서 길을 찾는다
새벽이슬이 풀잎 끝에서 잠시 머문다
아직은 무거운 듯, 떨어질 줄 모르다가
태양이 손을 대는 순간
그러므로, 물방울은 흙으로 돌아간다
강물은 천천히 흐르며 돌을 깎는다
우리가 본 것은 어제의 강이 아니라
오늘 새롭게 흐르는 강이다
그러므로, 그 강은 같은 적이 없다
저녁 무렵 노을이 젖어들면
먼 산의 그림자가 강으로 스며든다
그러므로, 하루는 저물고 또 시작된다
우리는 흐르고, 남고, 사라지고
그러므로, 다시 살아간다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아래 두셨으니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 (시편 8:6~8)
Brian Eno - An Ending (Ascent) (Remastered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