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닿는 시 27 <사물들>
어떤 사물이 그러하듯
어쩌면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은
사라지는 순간을 알면서
아침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강물은 흐르면서도
떠나지 못한 기억 하나쯤
깊은 바닥에 숨겨두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리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끝끝내 모른 채 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새벽이 열릴 때
꽃들은 모두 동시에 숨을 들이쉬고
서로의 빛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움에 휩싸여야
그리운 것들 가까이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길 위의 모든 것들은 어디로든 이어지고
결국은 다시, 사람 곁으로 돌아오는지도 모른다
사물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길 위에서 자주 멈출 것입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풀잎 끝이나 나무초리를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물들은 그 눈빛을 알아차립니다.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구름에게, 별에게, 바람에게, 돌에게, 나무에게, 새에게, 창문에게, 벽돌에게, 장작에게,
길 위에 있는 모든 사물들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묵묵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살아있는 증거라고.
그들에게 정중히 말을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은 새벽입니다.
오늘도 잘 걷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짐승에게 물어보라 그것들이 네게 가르치리라 공중의 새에게 물어보라 그것들이 또한 네게 말하리라 땅에게 말하라 네게 가르치리라 바다의 고기도 네게 설명하리라 (욥기 12:7~8)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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