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모과>
바로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먹으려고 들면 곤란해집니다
먼저
부엌 한쪽에 둡니다
창가 쪽이면 더 좋고
향이 지나갈 길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하루에 한 번, 괜히 맡아 봅니다
아직이구나, 하고 확인만 합니다
칼을 들었다가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오늘도 아닙니다
모과는
오래 머물게 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기다리는 쪽이 조금 편해집니다
손이 아플 정도로 단단하면
제대로 자라고 있는 겁니다
잘못 키운 건 아닙니다
설탕에 잠기도록 재웁니다
이 시점 부터는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겨울 밤이 길어지면, 기침이 먼저 옵니다
그때 병을 엽니다
쓴맛이 먼저 스며도, 당황하지 않습니다
단맛은 뒤늦게 오니까요
원래 그런 성격입니다
모과의 말을 들은 적이 있나요?
기르기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모과를 보내주는 지인의 짧은 통화는 다정하다 못해 담백하다.
"쓰지 않게 잘 담궈서 먹어."
모과청을 잘 만들라는 설명도 없다. 늘 그런 식이다.
담그는 방법이야 어떻든 시간으로 잘 숙성시키라는 뜻 처럼 들린다.
모과를 설탕과 꿀에 섞어 재운다.
이번엔 쓴 맛이 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보다 답글이 늦어져서,
글벗님의 글밭에 자주 들르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 전해드립니다:)
조만간 댓글로 뵐게요~!!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