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2일

<시적 사물: 한해>

by 모카레몬
겨울나무.jpg



어찌 된 일인지 날짜입니다

달력에는 적히지 않습니다


몇 계절을 통째로

흙 속에서 살았습니다


세상은 위에서 움직이고

나는 아래에서

들리지 않는 방향으로 자랍니다


햇빛이 먼 데서만 환할 때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작아지지 않는 것입니다


뿌리가 물을 찾는 일처럼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곳을 향해

천천히 펼칩니다


돌부리를 만나면

피하지 않고

깊어지는 길을 배웁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이

아직 지상에 오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자라나고 있는 중입니다


12월 32일

숨은 날 하나가

나를 더 키웁니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자락 끝의 월요일입니다.

오늘도 밝고 환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사진. pixabay.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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