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 속 기도시 8.
낙엽들이 계단
한 칸 한 칸에 머뭅니다.
몇 걸음 아래
세 어르신이 자리를 펴고
바둑을 두고 있습니다.
돌 하나가 놓이고
다음 수를
서두르지 않는 시간이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저 멀리
불빛과 움직임은 여전히 바쁜데
이 위에서는
낙엽 몇 장이 바둑판 곁에 내려앉고
기울던 하늘이
천천히 돌들을 덮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어딘가에서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노을이 조금 더 기울면
나도 저 자리에 앉는 나이가 됩니다.
삶이란
돌 하나를 놓고 아직 두지 않은
다음 자리를 바라보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멀리 이어지지 않은 이 길에서도
사람은 가끔 중간에 앉아
저녁을 맞습니다.
앞으로 가는 일뿐 아니라
잠시 앉아
다음 한 수를 바라보는 시간도 잊지 않게 하소서.
저녁이 바둑판 위에 내려앉듯
제 하루도 서두르지 않고
제 몫의 자리에
놓이는 은총을 감사하게 하소서.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조의 기쁨과 쉼이 있는 주말 보내세요♡
사진. by mocale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