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들은 헛되지 않습니다

포켓 속 기도 시 13.

by 모카레몬




시작을 알 수 없는 산불


까맣게 그을린 것들을

끝까지 태워버렸습니다


남아 있는 것을 고를 것도 없이

형태를 잃고 널브러져 있습니다


검게 굳은 것들 속에

죽음은 드러나 있습니다


그 틈으로 연하디 순한

연분홍 빛이 봄물을 터뜨립니다


가장 무너진 데서

제일 먼저 피어 있습니다


그늘조차 푸르렀던 나무는

재가 되어 흩뿌려지고


망부석이 된 돌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습니다


겨우내

얼지도 타지도 않고 지난날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무너진 끝에서

다시 올라오는 것

이미 살아나고 있는 것


지나온 날들도

무너지고 다시 살아납니다


흩어진 날도

쓸모없다 밀어둔 날들도

모두 헤아리셔서


다시 피어나게 하소서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쁜 부활절 보내세요♡


사진. by mocalemon.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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