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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Aug 16. 2024

가장 안전한 배는 항구에 정박한 배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샌드위치 데이에 덩그러니 pc앞에 앉아있다, 쓰기로 한 글을 써야겠다 싶어서이다.

성과관리에 대한 글을 끄적이다 보니, 요즘 왜 이러고 살고 있나 하면서

삶의 이유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결국 성과관리 테마의 글은 저편으로 밀려버렸다. ^ㅇ^


수영도 못하는 처지에 가끔 보면 메모해 둔 명언들이 배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자 성과관리 테마의 처음을 열고자 하는 문구도 생떽쥐베리의 말 중, 배에 대한 것이다.


이 글의 제목에 배와 관련한 문장을 넣고 싶었다. 조금은 내용과 다른가 싶다가도 찰떡이다 싶기도 하다. '가장 안전한 배는 항구에 묶인 배다. 그런데 배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무언가 모험심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Value Proposition이다. Value Proposition에 대한 이야기는 성과관리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 명언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일단 내가 좋아하는 괴테의 명언이라는 설도 있으니, 내 글에서는 괴테의 말인 것으로 정했다)


오늘 글의 중심은 삶의 목적이다. 삶의 목적이 언제부터인가 '행복'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말 기가 막힌 상술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중반까지는 행복이라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기보다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정도의 분위기였던 것 같다.(그 시점까지는 대학생이었다. 전공은 심리학) 지금은 서점에 가보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목적이 된 것 같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관련 도서를 찾아보시는 분들은 먼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를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행복 역시 쾌락의 한 종류로 도파민이다. 이 도파민이 삶의 목적이라면 행복 역시 마약과 다를 바가 없다. 


졸업을 앞둔 4학년 시절, 지금은 행복학의 대가라 불리는 '서은국'교수님이 한국에서 첫 수업을 하시는데 마침 그 수업을 수강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에 교수님은 'Happiness가 아니라 Subjective Wellbeing이다'라고 하셨다. 주관적 안녕감이라. 행복과는 다르다고 하셨었는데. 당시에는 '그게 뭐가 다르다고 참~!' 생각했었는데 요즘 행복에 대해 조금 꺼림 침하게 느껴지는 게 happiness 보다는 wellbeing이 더 내가 원하는 느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어릴 적보다는 지금 더 영어에 대한 감각이 더 생긴 셈이다. 


얼마 전 롱블랙에 서교수님 인터뷰가 실려 너무 반가웠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역시나 행복이라는 감정이 생존의 수단이라는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대학시절에는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고 유전적인 부분이 크다라고 말씀하셨었던 게 정말 큰 충격이었는데, 여전한 충격을 주신다. 살면서 어른들 말씀과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가 맞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은데, 행복 역시 그런 부분이 있다. 바로 '강도보다는 빈도'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소확행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자주 느낄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렇게 수업시간에 배웠을지도 모른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휴일 (나는 휴가)에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다 보니 (와이프는 널브러져 있다고 표현한다) 변명거리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지 말고, 내 삶이 빈 곳 없이 가득 채워 넣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집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행복을 목적으로 여기지 말고! 그냥 흐르듯이 기분 좋다. Good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게 웰빙이지...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삶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따로 없다. 고양이가 강아지가 호랑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의무도 없듯이. 인간 역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나 목표는 없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너무나도 인간적이지 않은가!


사실 나의 삶의 목표도 목적도 분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행복'은 아니다. 행복은 그냥 매일매일 느끼는 거지. 나의 삶의 이정표는 아직 안 정했지만 내가 정할 거다. 그 누구도 정하게 두지 않을 셈이다. 나라는 배가 유조선일지 여객선일지는 내가 정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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