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드라이브 스루점에 맨몸으로 줄 서기

블루베리 도넛을 먹기 위해

by 김삐끗

LA에는 엄청난 블루베리 도넛 맛집이 있다.

어떤 마트 앞에 자그마한 컨테이너 가게가 바로 그곳이다. 딱 보면 주차 안내소인가?할 정도로 작은 매장인데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블루베리도넛을 판다.


늦은 오후, 우버를 타고 도넛집에 찾아갔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거기가 차로 가야만 도넛을 살 수 있다는 걸. 도넛집에 도착했는데 브레이크타임이라고 하며 매몰차게 창문을 닫으셨다. 앉을 수 있는 데도 없고 도넛 만드는 공간만 있는 아주 작은 매장이었다. 게다가 드라이브 스루밖에 안 된다는 거다. 어디 가는 길이 아니라 이 도넛을 위해 일부러 찾아온 거였다.


포기할 수 없어 일단 브레이크타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우버를 다시 잡아서 여기를 뱅글 돌아달라고 할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열띤 토의를 했다.


결론은 그냥 걸어서 차들 사이에 줄을 서는 것으로 결정했다. 곧 우리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줄을 서는 차들 사이에 서서 주문할 차례를 기다렸다. 너무 부끄러웠고 민망한 상황을 웃어 넘기기 위해 나라망신 아니냐며 농담을 던졌다.


우리 뒤에 기다리던 차의 운전자는 도넛을 향한 우리의 열정에 엄지를 치켜들고 대단하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땡..땡큐.."를 소심하게 외치며 블루베리 도넛을 받아 들었다.


어렵게 구매한 도넛을 들고 숙소에 도착했다.

이거 진짜 맛없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한입 베어 물었다. 순간 아.. 한 박스 더 살 걸 후회가 밀려왔다. 이 정도 맛이면 거대한 차들 속 맨몸으로 줄 선 거에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늦은 저녁이라 1개씩 먹고 나머지는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가족들에게 드렸다. 뭐라도 드리고 싶을 정도로 친절하셔서 우리의 수고를 드리고 싶었다.


지금은 그 맛이 가물가물하다.

다만 캄캄한 저녁 문이 열리지 않은 작은 도넛 매장 앞에서 달콤하게 흘러나오는 블루베리 향이 아직도 코끝에 맴돈다.


그때는 창피했지만 도넛 하나 먹겠다고 거대한 차들 사이에 작은 몸을 낑겨 넣어 한국인의 강한 의지력을 보여줬다고 기억을 미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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