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2

사슴과 눈마주치는 건 일상이고

by 김삐끗

공원 입구에서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달렸다.

이런 산속에 있는 숙소가 너무 세련되면 별로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장 같은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콘셉트에 맞게 인셉션 카운터 있는 곳만 빼면 전 객실에 와이파이가 안 됐다.

자연 속에서 문명을 찾지 말자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즐겨보는 한국 티브이 프로그램을 다시 보기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자연에 파묻히는 걸 좋아하지만 와이파이는 돼야 한다.


방 열쇠를 받아 들고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올라 나무로 만든 방문을 열었다. 나무로 만든 침대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기보다 노부부처럼 놓여 계셨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진하게 방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시설은 낡았지만 오히려 이곳과는 낡음이 잘 어울렸다.


오랫동안 운전을 하고 온 남편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나는 짐을 정리하면서 기대하던 곳에 와 있다는 설렌 마음을 짐가방에서 꺼냈다.


도착한 날에는 시간이 늦어 숙소 근처에 있는 폭포만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본 풍경은 당장 곰이 튀어나와 인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깊은 숲 속이었다.

꼭대기가 안 보이게 키가 큰 나무들과 바위인지 작은 산인지 모를 거대한 바위들이 산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사슴이 무리 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슴은 신기해서 바라보는 우리를 전혀 신기해하지 않은 채 무심히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거리며 지나갔다. 사슴, 너구리, 기타 이름 모를 동물들이 길 옆으로 지나다니는 게 일상인 곳이었다.


마치 주토피아에 온 것처럼 동물들과 인간이 함께 공존했다. 도로 옆쪽에서 동물들과 기다리다가 차가 지나가면 마치 이웃 주민인 것처럼 함께 길을 건넜다. 며칠 더 있었으면 “어제 잠을 잘 주무셨나봐요. 오늘따라 뿔에서 윤기가 나네요”라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 수도 있을 지도 몰랐다.


해가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기 전 오후 무렵 폭포 앞에 도착했다. 우리가 갔던 시기는 폭포에 물이 없는 시기라서 물이 흘렀던 자리만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바위 산 가운데에 움푹 들어가 있는 물줄기의 흔적이 감색과 회색빛을 내고 있었다. 폭포를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흘렀던 자리를 보며 상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멋진 풍경이었다.


그 앞에는 쓰러진 고목이 있었는데, 이 고목이 더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사람 키에 100배쯤 되어 보이는 고목은 오래전부터 여기에 이렇게 쓰러져 있었던지 사람들의 손을 타 기둥이 맨들맨들해져 있었다.


고목 앞에서 우리는 한낫 갓난아이 같겠지. 고목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우리를 재롱떠는 증손주들 보는 양 내려다보았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분홍색 셔츠 위에 청자켓을 걸친 내가 고목 앞에 이질적으로 걸쳐 있었다.


점점 어둑해지는 숲속에서의 해 질 녘,

길 잃으면 끝장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지도를 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행히 길을 잃지 않았고, 침대와 테이블 노부부가 있는 우리의 숙소로 무사히 돌아왔다.


(요세미티 여행 기간 동안 실제로 길을 잃은 분을 만났다. 핸드폰이 잘 안 되는 곳이 많아서 지도를 볼 수 없을 때도 있어서 그렇다.)


내일 제대로 요세미티에서 하루를 보낸다.

요세미티 코스는 내가 맡았는데 등산에 대해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남편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도시 여행만 계획해 봤지 이런 산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고 다닐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블로그 선생님들과 유튜브 선생님들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일정을 짰다. 어떻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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