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시술-난임생활
커피를 끊은 지 일주일째.
고소하고 씁쓸한 카페라테를 마시는 게 회사생활의 낙 중 하나였는데 먹지 않으려고 하니 더 먹고 싶었다.
난임시술을 준비하면서 임신 잘 되게 하는 법을 검색하며 몸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
카페인 줄이기, 밀가루는 끊기, 두유나 견과류 적절하게 섭취하기,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찾다 보니 이건 그냥 임신과 상관없이 저속노화 방법 아닌가 싶다가도 어쨌든 임신은 몸이 건강해야 된다고 하니 노력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커피는 결국 하루 한 잔만 마시는 걸로 타협했다.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하며...
밀가루는 끊지는 못하고 조금만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음... 마음만 먹었다.
우리 회사는 원하는 간식을 인터넷 쇼핑 장바구니에 넣어 두면 담당하는 직원 분이 사주시곤 했는데 두유나 견과류를 주기적으로 살포시 담아 놓았다.
출퇴근이 바로 운동이라고 우기다가 허리 건강 때문에 운동을 해야 하는 남편과 함께 서로를 독려하며 아파트 단지를 산책했다.
주변에서도 챙김을 받았다.
임신이란 대단한 일을 하기 위해 공주가 된 것만 같았다.
회사 동료들은 힘든 일이나 힘쓰는 일 있으면 나에게 맡기지 않으려고 하며 잘 먹어야 된다고 밥을 사주셨다.
어떤 동료는 아침에 사과나 고구마 같은 건강식을 준비해 와서 챙겨 먹이셨다. 너무 감사해서 오피스마더로 임명해 드렸다.
남편은 요리하는 걸 정말 안 좋아하는데 날 위해 벌써 며칠째 저녁을 차렸다.
부모님은 딸이 안쓰럽다는 듯이 늘 안부를 물으셨다.
인스턴트로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 피곤하면 무조건 쉬었다.
스스로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려고 하고, 내 기분을 살펴 기분 좋게 하려고. 세상 걱정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밝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살면서 스스로가 나 자신을 이렇게 극진히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시험관을 위해 처음 진료를 받던 날 의사 선생님은 남편에게
"시험관 되게 힘든 거예요. 정서적 지지를 해주세요."라는 말씀을 몇 번이고 하셨다.
남편이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사 선생님을 '더~! 더~! 더요 선생님!'하며 응원했다.
남편은 그 이후 뜬금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정서적 지지' 측면에서 의식적으로 장난스럽게 한 말이지만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나를 세심히 살피고 배려하는 남편에게 고마웠다.
시험관 시술의 과정은 힘들고 지치지만 무슨 일이나 그렇듯 더하기와 빼기 중 빼기만 있는 경험은 없다.
이처럼 의식적으로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대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누린다'는 표현이 안 어울리지만 누린다는 표현을 굳이 쓰고 싶다.
돌아보면 그때는,
아픔을 누렸던 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