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시술-자가 주사
새벽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침대 옆 화장대 아래에는 주사기와 약물이 담겨 있는 묵직한 가방이 놓여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자 채취를 위해 일정한 시간에 주사를 스스로 내 배에 찔러 넣어야 했다. 새벽 알람 소리는 바로 주사 알람이었다. 출근하기 싫어서 눈이 안 떠지는 게 아니라 주사 맞는 게 힘들어서 눈이 안 떠졌다. 아픈 주사라는 걸 알기에 더 머뭇거려졌다.
윽! 소리를 내며 한껏 긴장한 손으로 주사를 배에 찔렀고, 찌르기까지 전에 맞았던 주사보다 더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두 대의 주사를 맞고 침대에 누웠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5분. 5분 뒤에는 진짜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멍든 것처럼 뻐근해지는 배를 감싸 안으며 침대에 누웠다. 설움이 밀려왔다. 시험관 시술 기간 동안 감사만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배가 아파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서러웠나 보다.
남편은 서러움 가득 안고 침대에 누워 있는 날 조용히 안아주었고, 따뜻한 포옹 덕분인지 주르륵 흐르던 눈물이 금세 잦아들었다.
"어우 뱃살을 넉넉히 준비해두길 잘했어. 주사 맞을 때 손잡이로 쓰기 편하네~"
남편이 걱정할까 봐 괜히 장난스러운 말을 건넸다.
그 말이 신호가 되었는지 배는 금세 괜찮아졌고, 벌떡 일어나 출근할 수 있었다. 앞으로 세 번 더 맞아야 하고 내일은 3대의 주사를 한꺼번에 맞아야 한다. 힘내자고,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리며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며 찾아본 후기들에는 필사적으로 긍정적이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난임휴가를 낼 수 있어 다행이야."
"남편과 함께 병원에 올 수 있어 감사해"
나 역시 그러했다. 평생 살 빼는 게 스트레스였던 나에게 뱃살조차 긍정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엄청난 능력이 생겨버렸다. 이왕 하는 거 감사한 마음으로 시험관 과정을 이겨내고 싶었다. 실제로 시험관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까. 아이를 품기 위해 무엇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아릿한 배를 감싸 쥐며 감사의 긍정 회로를 열심히 돌려본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작은 고비를 넘겼다.
이후 시험관 시술을 마쳤을 때 자가 주사를 모아 사진을 찍었다. 남편과 내가 함께 견뎠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긴장 어린 손으로 처음 주사를 놓던 때가 생각났다. 놓는데 거의 30분이나 걸렸던 주사.
여러 번 맞았던 주사여도 매번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한 뒤 놓아야 했던 주사.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를 수십 번 되뇌게 만든 주사.
시험관 시술을 고민했던 이유 중에 하나였던 자가 주사.
한 생명을 만나기 위해 거뜬하게 넘겨버려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본다.
매번 힘들었고, 주저했다.
그때의 나는 바늘 끝에서 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