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면서 난임시술 할 수 있나요

시험관시술-직장인 난임 시술

by 김삐끗

"팀장님, 저 다음 주 수요일에 난임휴가 내려고 합니다."

"오, 알겠어요. 시술하고 몸 안 좋으면 주저 말고 연락 줘요. "

"네, 감사합니다."

"그때까지 건강관리 잘하고요."


아주 이상적인 회사이지 않는가.

감격스럽게도 내가 바로 그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세 차례 인공수정과 한 차례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회사 대표님과 직장 동료분들의 배려를 참 많이 받았다.


회사를 다니며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할 수 있다. 아니.. 정정하면 할 수는 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못할까.

아마 많은 분들이 난임 시술을 고민하는 이유가 일하면서 시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시험관 시술이라는 게 피부과 시술받듯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고 가는 게 아니라서 꼭 정해진 날에 시술을 받아야 하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가서 갑자기 며칠 휴가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직장 다니면서 시술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임신은 둘째치고 나 한 몸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나. 회사를 그만두고까지 난임시술을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직장 다니면서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이 개인으로 보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피해와 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회사의 구성원들은 난임휴가에 눈치 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일이 많아지는 한이 있어도 나를 배려해 주시고 항상 나의 몸상태를 신경 써 주셨다. 언젠가 진지한 회의 때 팀장님 바로 앞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졸음이 오는 약 성분 때문이었다. 괜스레 필기도 하고 물도 마셔봤지만 그런 노력들은 졸음으로 인한 꾸벅거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가 팀장이었으면 눈살을 찌푸리며 나무랐을 텐데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괜찮다고 해주셨다.


참 감사했다.

우리나라의 얼마나 많은 회사가 이렇게 해 줄 수 있을까?

모두가 배려해 주어도 어쩔 수 없이 배란일이나 몸 상태에 따라 갑작스러운 휴가 사용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다. 그렇게 되면 시술을 한 본인은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시술 과정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떤 분들은 일하면서 시험관을 시도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자신의 아픔에 함몰되지 않고 일에 시선을 돌려버려 아픔과 기대와 실망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고.

나의 경우 일에 몰입하는 것이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위로를 주지 못했다. 일에 몰입하지 못했든지, 시술 과정에서의 실망과 힘듦이 일을 뛰어넘었든지 아무튼 그랬다.


어떤 날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날 때도 있다. 주로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하기 때문에 어떤 진료를 받느냐에 따라 설움이 복받쳐 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당장 휴가 내고 집에 가고 싶다. 이불 뒤집어쓰고 엉엉 울다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맛있는 점심이나 여유 있게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이내 눈물을 슥- 닦고 출근한다. 직장에 다니며 시험관 시술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 다니며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에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돈을 버는 행위는 시험관을 하는 데 있어 꽤 비중 있는 안도감을 준다. 정부지원금은 나의 경우 신선배아에서 동결배아로 갔기 때문에 약 160만 원 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지원금을 받아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비용이 개인에게 주어진다. 그래도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헉! 소리 나는 병원비를 그나마 조금 덜 무거운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다. (어떤 날의 진료는 100만 원은 예사로 나왔어요.)


결론은 일하면서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작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시험관 시술 후기를 보면 개개인마다 증상이나 정도가 다르다. 내가 어떤 증상이 있을지, 얼마나 힘들지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회사를 못 다닐 정도로 힘들면 그때 가서 휴가를 내든 퇴직을 하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나는 난자채취 후 하루 종일 토하고 복수가 차는 힘든 경험을 했다. 하지만 난자채취 후 맛집에 가서 여유 있게 남편과 데이트를 즐기시는 분도 계신다.


사실 간단하다. 생명을 품는 시도, 그 막연한 터널 앞에서 '준비, 땅!'을 외치기 전 머뭇거림은 '땅!'을 늦출 뿐이다. 일단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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