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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두 번째 출산

별이 되어 선물해 준 엄마라는 이름

by 최고담


총총이가 역아라 수술을 했으므로, 앗싸의 출산 역시 제왕절개로 진행해야 했다.


원래 자연분만이라면 예정일이 1월 6일. 하지만 수술인 것을 감안하면 12월 말경으로 잡는 것이 맞았다.


태어나고 며칠 지나자마자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게 아쉬워서 의사 선생님께 이상이 있으면 바로 와서 수술을 할 테니 1월 1일로 수술날을 잡으면 안 될까요? 하고 여쭤봤다.


선생님도 흔쾌히 1월 1일 수술을 잡아주시며, 혹시라도 이상이 있으면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출산이 다가오자 주변 사람들이 되려 긴장하기 시작했다. 총총이가 그렇게 가 버렸으니, 다들 또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는 언제 애를 낳으러 가는지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양가 부모님들께도 날짜를 잡았단 것을 알리지 않았다.


남편이 총총이를 낳던 날 엠뷸런스를 타고 총총이를 신생아 응급길로 옮기는 길에 양가 부모님의 행복한 모습 사이로 짊어졌을 짐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었다.


그런 일을 또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주변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출산 전날에 둘만의 의식처럼 힘내자 고생했다 하며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다.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아무 말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무섭고 두려웠으므로.. 그 말을 입으로 내는 순간 그 무섭고 두려운 것에 형체가 생겨 집어삼켜질 거 같았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듯이 우리는 그렇게 손을 잡고 수술 전날 밤 잠이 들었다.


이번엔 전신마취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하반신으로 아이를 바로 보는 것은 좋았으나.. 움직임이 제한되어 더 힘들었고, 그전과는 다른 선택이 낫지 않을까 해서 결정했다.


출산 준비물이 가득 들은 캐리어를 옆에 두고 남편이

초조한 듯 앉아있었다.


출산을 하러 가는 이 순간, 가장 걱정되는 한 사람이었다. 온전히 내가 원해서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설명을 해줬지만 그 당시에는 그냥 내가 그게 마음이 편할 거 같아서라고 얘기했다.)


이제 수술하러 가자는 의사 선생님 말에, “잠깐만요”를 외치며,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엇을 꺼내자 다들 의아한 듯이 쳐다봤다.


편지였다.


내가 수술할 동안 그곳에 고여있을 한 사람. 가장 초조할 한 사람에게. 가장 가혹할 시간이 걱정되어 편지를 써뒀다.


그런 모습을 보던 의사 선생님이

“남편 편지 주고 가는 산모는 처음 보네요 “

라고 웃으셨다.




편지에는 우리 아기 안 바뀌게 잘 봐주라는 실없는 말도 적었지만, 혼자 앉아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도 적었다.


그간, 말하지 못한 우리가 비록 아이를 보냈고 또 아이를 만나지만 내가 당신과 결혼한 것은 아이 때문만은 아니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적었다.


남편은 어떤 마음으로 그 편지를 읽었을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빨갛고 머리숱은 얼마 없던 아기었다고 했다.


마취에서 깨자마자, 내 첫마디는 “너무 추워요”였다. 이 한마디가 두고두고 웃기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첫마디는 “ 아기는 괜찮나요? ” 일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추워요 목말라요라고 한참을 읊조리다가 정신이 들고 나서야 “ 아기는 건강하죠? “라고 물어봤다.


역시 인생은 드라마 같진 않구나 생각했다. 이게 현실이지 라며 낮게 웃었던 거 같다.


병실로 옮겨지고, 남편이 내 안위를 살폈다.


아까 찍은 아기 사진을 보여주며, 잘 기억해 놨노라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긴장은 그때부터였다.


이대로 아이가 또 안 올라오는 건 아닐까. 전화가 와서 다른 얘기를 하지 않을까.


초조한 마음을 뒤로,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났다.


긴장되는 목소리로 남편이 대답하자. 간호사 선생님이 수레를 끌고 들어왔다.


그 안에는 앗싸가 누워있었다.


“선생님이 산모님 걱정 많이 하실 거라고 아기 건강체크확인 다 하자마자 보여드리라고 하셔서요~ 원래는 한 번에 시간 맞춰서 산모님들 볼 수 있게 올라오는데, 이번은 선생님이 얘기해 주신 거예요~“


의사 선생님께선 우리 부부의 힘듦을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신 것이다.


그렇게 정말로 건강한 앗싸를 만났다.


그날의 앗싸


그제야 ‘한 고비를 넘겼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내심 이 즈음일 거라 생각하며, 부담될까 전화 한 통 못해본 부모님들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시부모님은 총총이와 너무 닮아 우셨고, 아버지는 건강해서 다행이라 뒤돌아 눈물을 훔치셨다.


이제 내 악몽도 끝이 난 거라 생각했다. 걱정할 것이 모두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출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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