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어 선물해 준 엄마라는 이름
임신을 하면 한숨 돌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악몽에서 스트레스는 한계치로 오르고 있었다.
태교를 해도 모자랄 상황인데 악몽을 꾸고 일어나면
올라오는 입덧에 구역질을 하는 현실
하지만 차라리 눈을 떠 입덧을 하는 것이 더 나았다.
뱃속의 앗싸가 ‘저는 잘 있어요’라고 이야기해 주는 거 같았다.
계속되는 악몽에서 숨 쉴 구멍이 오히려 입덧이 되는 상황.
20주 차가 지나가며 입덧이 덜해지면서 악몽은 더 심해져 갔다.
병원 정기 검진을 다녀온 날이 되면, 괜찮다가도
그게 또 무슨 소용이야? 총총이는 모든 검사 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결국 잘못됐잖아. 이 결과를 믿을 수 있어? 결과를 다 믿지 마.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마. 차라리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발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자.
이런 생각을 하며 문득 앗싸에게 좋은 생각만 해주지 못함에 미안했고, 내내 불안했다.
입덧이 나아지며 내가 붙잡고 있던 것은 앗싸는 여자아이라는 사실이었다.
총총이는 아들이었고, 앗싸는 딸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뱃속에 있는 아기는 다를 거란 위안을 주었다.
그 당시에는 남편에게도 그 악몽에 대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아이가 하늘로 간 그날 내가 총총이를 안을 때 차마 아이를 안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왜 안 안아줬어? “라고 물으니 ”잊지 못할 거 같아서.. 그리고 무서웠어”라고 대답했다.
이런 남편에게 악몽을 꾼다는 것을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무섭고 두렵긴 하지만, 총총이를 안아본 것을 후회하진 않았기에 그저 아이의 건강을 빌었다.
총총이에게도 앗싸에게도.. 그저 마음이 흐르는 대로 괜찮기를 빌고 또 비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출산을 앞둔 어느 날 특별한 꿈을 꾸었다.
늘 그렇듯 나는 또 아이를 낳으러 갔고, 힘을 열심히 주며 아이를 낳았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내게 아이를 안겨주면 작던 아이가 점점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그런데 갑자기 마법이 풀리는 듯 내 체온에 아이가 굳었던 몸이 스르르 풀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뒤돌아서 있다 다시 되돌아보면 뒤집고 기어 다니고 걸어 다니며 아이는 성장했다.
아이는 조금씩 클 때마다 나에게 와서 포옹을 해줬다.
우리는 서로를 안으며 그렇게 함께했다. 그리고 아이가 나보다 훌쩍 커버려 나를 내려다보며 꼭 안아주었다.
바보 같게도 그때 깨달았다. 이건 꿈이구나. 그리고 이 아이는 재신이구나. 그 아이는 남자아이였다.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을 만큼 소중해서, 미안하다고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내 뱃속에 나온 그 아이는 되려 나를 도닥여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도닥였을까, 아이는 내게 인사를 했다. 손을 흔들며 이제 가야 할 시간이라는 듯이.
꿈속에서 희한하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사랑한다고 널 너무 많이 사랑한다고 널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웃으며 손을 흔드는 너에게 울며 인사하는 것 말곤 할 수 없어서 계속 손을 흔들었다.
갑자기 그날이었다.
하늘이 화창하고 맑은 그날. 너를 선산에 뿌려줬던 그
하늘.
정말 너였네.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니 이렇게 천사 같은 네가 또 엄마를 구하러 왔네.
걱정 말라고 동생은 괜찮다고, 미안해 말라고 나 잘 있다고 바보같이 엄마는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넌 날 또 지켜주러 왔구나.
그렇게 너는 점점 흐려지며 잠에서 깼다.
그 꿈이 내 망상이었는지 진실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악몽을 꾸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주일 후 1월 1일 3.34kg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같은 병원에서 내 옆에 누워 총총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얼굴로 내 곁으로 왔다.
앗싸는 빨갛고 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