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의 회식문화 무엇이 문제인가? 그 변화의 출발점에 팀장이 있다.
‘회식 또는 회식 문화’ 라는 한마디에 대다수 한국의 직장인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열에 아홉은 퇴근후 부서/팀원들이 다같이 한자리에 모여서 폭탄주를 마시며 건배하는 모습들을 떠올릴 것이다. OECD국가중 주중 평일 퇴근시간후 하는 회식을 한국처럼 많이 하는 곳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회식을 따로 떼어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직장생활은 곧 스트레스의 시작과 끝이고, 그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바로 퇴근후의 ‘회식’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잡아 왔던 것이다.
지난날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일컫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외형적 성공의 뒷면에는 ‘한국만의 회식문화, 폭탄주 문화’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왜 유독 한국 직장인들이 술을 많이 자주 마실까? 이 모든 것이 근대화 및 산업화의 과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간단히 일별해 보자.
1960년~1970년 근대화 과정을 거치고 8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덧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전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성공 사례이다. 지금의 베이비 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저임금 장시간노동은 당시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만큼 회사 생활이 고달프고 힘든 환경이었다. 그래서 직장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이유가 있었고 그 해법으로 퇴근 후 한잔의 해포를 통해 하루 하루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가며 살아왔던 것이다. 대다수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스트레스 해소 행위였다. 퇴근후 한잔! 바로 그것이 회식이었다.
한발더 나아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주력 기업들은 당시 고도 성장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가 생성되고 고착화 되었다. 따라서 상명하복, 목표필달, 개인보다 조직 우선주의, 규정과 절차 준수, 사내정치, 무사안일주의 등의 당시 직장 문화로 각종 갈등과 스트레스를 집단적으로 풀어야 할 이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래서 직장 상사를 중심으로 퇴근후 단체로 식당에 가서 술한잔 하면서 상사의 일장훈시와 더불어 칭찬과 격려, 질타를 받아가면서 월, 분기, 반기를 마감하는 것이 회식이었다.
이처럼 회식 그 자체는 경영진이나 리더들의 조직운영관리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으로 보더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엄청난 것이었다. 즉,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식, 일명 ‘회식의 경제학’이다.
알코올의 힘을 빌어 취기에 오르면서 용기를 갖고 직장상사에게 평상시 품고 있었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거나, 지난날 업무적 실수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새롭게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 등을 주고 받으며 가슴 속앓이 했던 것들을 풀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을 월별, 분기별등 정기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바로 회식이고, 그 회식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식 공지, 회식 일정 및 장소 정하기, 착석 자리 지정, 건배사 제창, 폭탄주 돌리기, 술잔 주고 받기, 1차.2차 술자리 등의 일련의 행위에 의해서 회식문화가 나오게 된 것이다.
요즈음에 칭찬, 격려 문화가 강조되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리더들도 구성원들에게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쑥스럽기도 하고 익숙치 않아 회식 자리를 빌어 칭찬, 격려하는 경우도 많았다. 동시에 구성원들도 업무적이든 개인신상이든 하고픈 이야기가 있어도 사무실에서나 맨 정신에 말하기 부담스러웠던 것들을 회식자리에서 토로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경우 다른 여느 국가에 비교해 보더라도 ‘초고속 성장’을 한 국가였던 만큼 ‘압축성장’을 한 것이다. 그 압축된 이상의 사회적, 조직적, 개인적 스트레스와 어려움, 불만, 저항 등이 있는 것은 일면 매우 정상적인 것이며 그 ‘농축된 스트레스를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해소해가는 것’이 바로 ‘회식’인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 직장인들의 회식문화는 과거 압축적 고도성장의 결과물로서 ‘성공요인’이자 ‘성장통’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직장인들의 회식의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첫째, 스트레스 해소이다.
근대화, 산업화 시기의 직장 생활은 스트레스 받는 만큼의 월급 받는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만큼 힘든 하루의 업무를 마감하면서 소주한잔, 맥주한잔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오늘날 외국인 시각에서 매우 신기해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들이 잘 마시는 ‘폭탄주’이다. 왜 폭탄주가 만들어진 것인가? 퇴근후 가능한 짧은 시간내에 술의 강도를 높여 빠르게 취하게 함으로서 각자의 체면 등의 방어기제를 내려놓고 좀더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 한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 폭탄주였다.
둘째, 소통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직장인들의 경우 최소 술한잔은 해야 인간적으로 친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즉, 회식은 소통과 통성명의 출발점이다. 각자의 업무들이 점차 세분화되다보니 조직내 팀원들간, 타부문간, 타부서와의 소통과 협력이 점차 요구되었다. 비록 통성명을 하더라도 소주한잔 같이 걸치치 않은 상태에서 서로 소통하기는 부끄러운 측면이 있었고, 최소한 같이 소주라도 한잔해야 그 다음부터 소통과 협력이 더 잘 되어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사실은 술이 대표적인 ‘소통의 도구’가 된 것이다. 맨 정신에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술 한잔 하면서 하면 더욱 소통이 잘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셋째, 사기진작이다.
회식을 통해서 평상시 개별적으로 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을 약간의 취기에서 오는 편안함 또는 긴장 풀림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끼리나 상사와 부하직원간에 서로의 이야기들을 소통하면서, 격려하는 과정을 통해서 조직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것이다. 리더나 상사들 입장에서는 맛난 음식과 함께 술의 힘을 빌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었다. 직장 생활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도 ‘가족같이, 형님-동생 관계, 아버지-아들 관계’로 유도해가면서 ‘같이 잘 먹고 잘살자’ 분위기로 독려해가는 것이다. 이를 통한 동기부여가 실제로 효과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변화해 가고 있다.
정말로 일주일에 이삼일 이렇게 퇴근후에 회식을 해야만 하는가? 또 그렇게 먹고 이튼 회사에 출근하면 정말 괜찮을까? 머리가 띵하고 잠오지 않나? 정말 다음날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져 본다.
최근 한국의 기업들은 같은 조직내에 베이비 부머 세대, X세대, MZ 세대(1980년대~2000년생) 등 3~4개 세대의 직원들이 공존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회식 문화에 대한 선호도도 명백히 차이가 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회식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베이비무머 세대들은 과거와 같은 회식 문화가 많이 퇴색한 것 같아 아쉬워하는 측면도 있다.
기존의 회식문화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접근해봐야 할까 생각을 해보자.
요즈음 MZ 세대가 생각하는 회식의 컨셉과 이미지를 알아보자.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회식문화의 변화 방향성을 점검해보자.
첫째, 반드시 술을 먹어야 하는가? 회식하면 술마시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바꿀 수는없을까?
요즈음 젊은 세대는 소주나 폭탄주를 그렇게 즐겨 마시는 않는다. 동시에 술자리에서 술을 강권하는 문화, 원삿하는 문화를 지나치게 근대적이라 생각한다. 술강권하는 문화 자체를 거부한다. 그래서 술은 편한대로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자고 술자리 시작전에 선언하고 편하게 마시도록 하면 어떨까? 술잔을 원샷에 안 먹는다고, 술잔을 꺽어 마신다고 탓하지 말자. 심지어 술 자체를 마시지 못하는 직원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이제 알코올 섭취 그 자체에서 벗어나자. 소주를 마시든, 물을 마시든, 폭탄주를 마시든 자기 편한대로 하자.
둘째, 회식 장소가 반드시 술집이어야 하는가?
회식하면 대부분이 술집이다. 술집이 아닌곳에서 회식은 불가능한 것일까? 연말 송년회를 생각해보자. 대규모 연회장에서 술 없이 음료수를 마시고도 가능하지 않는가? 또한 술마시는 회식의 형태를 벗어나 다같이 볼링 같은 운동, 단체 영화/뮤지컬/음악회 관람, 팀 전체 음식요리 카페 등에서 기존과는 다른 직원들이 관심사에 맞춰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말 사업부/팀단체로 고아원, 양로원 박문 지원행사에 회식비를 사용하면 안되는가? 요즈음 고기, 회 먹고 싶어 안달이 나는 직원들이 얼마나 있는가?
셋째, 회식을 꼭 밤에 해야 하는가?
회식은 꼭 퇴근후에 해야 하는가? 요즈음 워라밸이 유행인데 일마치고 나면 퇴근하거나 동호회에 가서 취미활동을 하고픈데 퇴근후에 회식을 해버리면 갑갑해진다.
점심시간이나 낮시간을 잘 활용하면 어떨까?.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평일 업무 시간 중에 분과별, 팀별, 사업부별 사내 업무 공유 워크숍, 세미나 등을 하면서 술 없이 하면 안되는가? 물론 일부는 맥주 1캔 정도의 간단한 음료/커피로도 대체 가능 할 것이다. 또한 만약에 퇴근후에 회식을 하더라도 가능한 1차만 마시고 2차는 가지 말도록 권장한다. 예를 들어 S회사는 119라고 해서, 1가지 주종으로 1차까지만 하고 9시이전에 끝내라는 회식문화 가이드를 배포한 적도 있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이처럼 회식문화 자체를 개선해보려는 노력을 보더라도 회식문화가 한국 기업들에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넷째, 술을 많이 마시는 것, 잘 마시는 것이 자랑(boast)인가?
한때 회식을 하면서 다같이 원샷을 하면 그것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상사들의 질책이 있던 시대도 있었다. 나이 많은 상사들도 원샷을 하는데 후배 직원들이 원샷을 하지 않으면 회식 주법에 맞지 않다며 질타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회식을 하면 술 잘 마시는 직원들을 은연중에 칭찬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대로 술이 약한 직원에게는 앞으로 조직생활을 하하는데 음주능력이 필수인데 걱정이라면서 핀잔을 주기도 하였다. 이제는 다르다. 술에는 절대 장사가 없다. 술을 많이 마시는 거나 잘 마시는 직원도 많이 마실수록 이튼날 머리가 아프던지의 신체 컨디션이 결코 좋을 리가 만무하다. 결국 오늘의 회식이 내일의 업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제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결코 자랑(boast)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술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자기 주량만큼 마시는 것이다.
다섯째, 회식마저도 수직적 문화를 그대로 대변할 것인가? 보다 수평적인 문화를 없을까?
요즈음 젊은 직원들은 회식의 진행방식에도 불만이 많다. 자리 배치도를 시작으로 건배사 강요 등 편하게 밥한끼 먹고 술한잔 먹는데 각종 요식행위가 많이 포함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게다가 평상시 업무처럼 상사가 팀장이 주도하는 것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 가능한 리더 본인의 말은 아끼고 팀원,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도록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회식문화 변화의 출발점이 팀회식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회식 = 술자리’라는 인식을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가장 작은 팀단위에서부터 새로운 회식문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기업에서 팀단위가 가장 작은 단위이다.
한국의 모든 팀장들이 기존 회식문화의 장단점을 감안하여 이제부터라도 회식문화를 새롭게 변화시켜간다면 분명히 바뀌어 갈 것이다. 특히 평일 주중의 음주문화를 많이 개선시켜 가야 한다. 팀장이 이런 인식변화에 공감을 하고 행동하면 팀원들도 기존의 음주/회식문화를 쉽게 탈피할 것이라 본다.
회식은 사실상 구성원들간의 소통을 원할하게 하는 수단 그 자체일 뿐이다. ‘회식 = 모여서 먹으면서 소통하는 것’ 이라는 개념을 재세팅(reset) 해보자. 그러면 회식 장소, 시간, 음료/주류, 진행방식 등에 관한한 새로운 개념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적인 회식을 창조해 가야할 때이다.
Tips)
회식의 시작과 끝을 MZ세대에게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한번은 고참급 X세대가 주도하고, 그 다음은 MZ세대가 기획하고 준비하는 등 그 차이를 만들어 가고, 즐겨보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회식을 하더라도 1차만 하고 해산하는 것을 권장드리고 혹시나 2차를 하게 되면 카페에서 커피나 차한잔으로 마감하는 방법도 요즈음 젋은 세대들은 선호한다.
알코올/음주가 없는 회식방법을 찾아 보는 것을 권한다. 회식 본연의 뜻을 보더라도 구성원들이 모여서 뭔가를 먹으면서 소통하고 이야기 하는 것인데, 그 먹는 것이 술이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