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4부 투명한 선 I <사이의 사람들>
밖으로 나가면
사람보다 먼저
사이가 보입니다.
말과 말 사이,
인사와 침묵 사이.
하루가 새지 않게 붙잡아주는
아주 얇은 간격.
사람들 사이의 나,
내 사이에 남은 사람들.
<사이의 사람들>
사이에는
재촉하지 않는 속도가 있고
묻지 않는 안부가 있고
딱 그만큼의 예의가 있다.
문이 닫히기 전
누군가 걸음을 늦춘다.
그 늦춤이
내 하루의 모서리를 정리한다.
“먼저요.”
먼저 건네진 한 마디가
내 마음의 급한 쪽을
뒤로 한 칸 물린다.
비켜서는 어깨,
잡아주는 문,
지나가라는 고개.
사정을 묻지 않는데
나는
줄어들지 않는다.
사이에는
“괜찮냐” 대신
“알겠다”의 공기가 있다.
그 공기 속에서는
변명하지 않는다.
쓸쓸함은
안쪽에서만 얇게 울리고
그 울림을
밖에 던지지 않는다.
사이는 벽이 아니라
숨이 돌아오는 거리.
불을 끄면
어둠이 곧장 오지 않듯
사이로도
빛이 늦게 온다.
나는 그 빛을
정면으로 붙잡지 않는다.
테두리에 두고
오늘을 닫는다.
그렇게 남는다
테두리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