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함과 성실함이 가장 먼저 소모되는 이유
다섯 번째 이야기
조직에서 가장 빨리 지치는 사람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부분 너무 성실하고, 너무 착하고, 너무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다.
인사업무를 하며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지쳐 있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1.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많이 맡게 되는 사람들
성실한 사람일수록
리더는 부탁하기 쉽고,
동료는 기대하기 쉽다.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말없이 해낼 것 같아서 더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조직은 이 사람에게 기대가 쌓이지만
정작 이 사람은
“이 정도는 해야지…”
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운다는 점이다.
이런 자기 압박은 소진의 가장 빠른 경로다.
2. 갈등을 피하려다 감정이 과부하 되는 사람들
갈등을 만드는 사람보다
갈등을 피하려는 사람이 더 많이 지친다.
“내가 참고 넘기면 되지.”
“분위기 깨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제일 나중에 처리한다.
그러다 어느 날
참아온 감정들이 한꺼번에 올라오고
그 순간부터 일터는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는다.
3. ‘나만 이 정도로 힘든가?’라고 오해하는 사람들
지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힘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다 내 안에서 ‘나만의 문제’가 된다.
사실은 환경 때문인데 사람들은 흔히 자신을 먼저 탓한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겠지…”
“다들 잘하는데 왜 나만…”
이런 오해는 마음의 체력을 급격히 소모시킨다.
4. 인정에 민감하지만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에 있는 사람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은
작은 인정에도 크게 힘을 얻는데
문제는 이들이 하는 일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일’이라는 점이다.
팀 분위기 챙기기
자료 꼼꼼하게 손보기
실수하지 않으려고 더블 체크
불편한 상대에게도 정중하게 응대
회의 전후로 팀원들 살피기
이런 일들은
성과표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팀을 지탱하는 ‘감정의 허리’다.
그러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인정받기 어렵고, 그래서 더 지친다.
5. 너무 책임감 있어서 나를 마지막에 두는 사람들
착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을 가장 마지막에 둔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하면 되지.”
“이 정도는 누구나 하지 않나.”
“나 때문에 피해 주기 싫다.”
이런 마음은 아름답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책임감은 성장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소모가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1) ‘해야만 한다’ 대신 ‘할 수 있다’를 구분하기
모든 요청이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감정의 양을 먼저 체크하기
업무보다 감정 비용이 더 큰 날이 있다.
그걸 먼저 인정해야 한다.
3) 도움 요청을 미루지 않기
도움은 약함이 아니라
관계의 기능이다.
4) 일의 우선순위보다
‘나의 우선순위’를 먼저 세우기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도 체력도 아니라 마음의 체력이다.
결국 지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지치는 이유는
그들의 성향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그 성향을 당연한 것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가 건강해지려면
성실함을 ‘무한정 제공 가능한 자원’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착함을 ‘희생’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
배려를 ‘추가 업무’로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
착함은 팀을 따뜻하게 만들고,
성실함은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
이 둘이 지쳐 사라지는 순간
조직은 균형을 잃는다.
누군가는 말없이 버티고 있다.
누군가는 괜찮은 얼굴 뒤에서 무너지고 있다.
누군가는 책임감을 명분으로 자신을 지우고 있다.
그 사람을 지키는 건
거창한 복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는
결국 ‘사람을 읽으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