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예민해서 그럴까? 아니면 그동안 너무 오래 참아온 걸까?
여섯 번째 이야기
회사에서 가장 먼저 지치는 사람들은 ‘예민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정말 예민해서 그럴까? 아니면 그동안 너무 오래 참아온 걸까?
1)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흔들리던 그날
며칠 전 직원 한 명이 회의실을 나서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저 말투… 자꾸 신경 쓰여요.”
그 말 속에는 피곤함, 서운함, 억눌림,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얹혀 있었다.
그날 그 직원은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 보였지만 나는 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예민해지지 않는다는 걸.
예민함은 보이지 않던 무너짐이 어느 순간 겉으로 드러나는 마지막 신호에 가깝다.
2) 예민함은 감정 문제가 아니라 ‘감당 비용’의 문제
우리는 흔히 말한다.
“예민하니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지.”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인사업무를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예민함은 성격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감당 비용’이 너무 오래 쌓여 왔다는 뜻이었다.
말 한마디를 두 번 더 해석해야 하는 하루
책임은 늘어나는데 선택권은 없는 구조
감정까지 챙기며 일해야 하는 환경
눈치·기대·기분을 먼저 살피는 보이지 않는 노동
회사 밖에서 누적되는 돌봄·경제적 압박
이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며 사람의 신경을 한 줄씩 닳게 한다.
예민한 사람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을 오래 견딘 사람이다.
3) 회사가 예민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방식
인사업무를 하면서, 나는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예민함을 만들어내는지 관찰해 왔다.
①모호한 업무 경계
→ 책임은 넓어지고, 권한은 그대로일 때.
②감정노동의 과도한 요구
→ “좋게 말해줘”, “분위기 맞춰줘”
정작 책임은 개인에게 남는다.
③친절에 기대는 팀워크
→ 결국 좋은 사람이 가장 먼저 소진된다.
④통제되지 않는 일정과 목표
→ 체력과 멘탈이 버틴 사람 순으로 지쳐간다.
예민한 사람은 조직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다.
그들의 반응은 약점이 아니라, 조직이 놓친 조용한 경고음일지도 모른다.
4) 나 역시 예민을 버티며 일했던 시간
나는 늘 예민한 사람이었다.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 지금은 더 그렇다.
아이의 컨디션 하나,
대출이자 날짜 하나,
오후 3시에 울린 미확인 전화 한 통에도
마음이 출렁일 때가 많다.
회사의 공기까지 함께 감당하려다 보니
더 자주 지치고, 더 빠르게 흔들렸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예민해지지 말자”
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알게 됐다.
나는 예민했던 게 아니라,
버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여유가 없었던 것뿐이었다.
사람은 지치면 예민해지고, 힘들면 작아지고, 감당이 많아지면 사소한 말도 크게 들린다.
그건 잘못이 아니다. 그저 살아내고 있는 모습일 뿐이다.
5) 예민한 사람은 문제가 아니라, 상처의 역사를 품은 사람이다
예민한 사람은 조직의 공기를 누구보다 빨리 읽고 사람의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는다.
그 예민함은 약점이 아니라, 깊이 느끼는 능력이다.
그리고 깊은 사람일수록, 그만큼 많은 것을 감내해 온 사람이다.
예민한 사람은 조직의 균열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문제가 아니라, 살아내느라 더 많이 느껴버린 사람들이다.